머뭇거릴 시간 없는 김 교육감
머뭇거릴 시간 없는 김 교육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9.15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울산시 교육청 인사내용은 예상 밖이었다. 대폭 교체가 있을 것이란 세간의 추측과 달리 최소한의 인원이 자리를 맞바꾸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무부시장을 거친 교육감의 인사 스타일이 아니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부터 9월 정기 인사가 소폭으로 끝난 이유를 두고 울산 교육계는 두 가지 추측을 내 놓기 시작했다. 취임 초 사교육 관련 발언과 친인척 선거법위반으로 곤욕을 치룬 교육감이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하기엔 역 부족이었을 것이란 반응과 다음 수순을 밟기 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9월 정기 인사가 끝난 직 후 잠시 만난 교육감은 그 어느 쪽도 아닌 의외의 화두를 꺼냈다. 자신을 정치적 인물로 보는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 교육은 정치적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서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틀을 바꿀 의향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 말을 ‘구관이 명관’이라고 받아 들였다.

민선 2기 교육감이 취임한 직후 여러 곳에서 그를 ‘비토(거부)’하는 분위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사교육 관련 발언을 두고 공교육 기득권 측이 반기를 든 것이 그 첫 번째다. 전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완전히 뒤 엎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기득권층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이어 교육청 자문위원 중 일부가 떠났다. 교육청 고위직 도 개인적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때 맞춰 교육감 친 동생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교육감 재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교육청에 ‘교육감이 혼자 있다’는 말이 흘러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즈음이다.

취임 2개월이 채 못 되는 8월말 무렵, 선거법 관련혐의에서 자유로워진 김 교육감은 기존 세력과 일전(一戰)을 벌이기 위해 ‘교육 서민’ 즉 교육현장 교사를 택했다. 학교현장 교사의 잡무를 줄이는 대신 본청과 지역청이 그 일을 맡으라고 지시하면서 신임 교유감의 개혁 일정표가 잡혔다. 교사에게 국감과 관련된 답변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교육감의 허락을 받으라고 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조치다. 9월 초 김 교육감은 불필요한 위원회를 통· 폐합하겠다며 교육청에 소속돼 있는 각종 위원회 정리에 나섰다. 울산 교육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인 비효율성과 폐쇄성을 제거하겠다는 의도였다. 전임 집행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9월 정기 인사에서 김 교육감은 ‘개혁의 칼’ 대신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8일 발생한 울산외고 옹벽 붕괴 사고는 교육감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고 말았다. 이번 사고를 통해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소신의 4년’을 채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교육감은 재확인하게 됐다. 특히 앞 선 집행부가 기획하고 추진했던 사업들과 자신을 단절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외고 붕괴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를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에 의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권위 있는 제3의 감사기관이 진상을 조사하도록해 그 동안 저질러진 울산 교육계의 부조리를 열거해 보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울산 교육계에 미칠 파장은 단순한 ‘교육청 인사’를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울산 교육계 기득권층은 아직도 교육감의 의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 넘어가던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쩌면 이것이 기득권층이 가진 생태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외고 문제만 봉합하면 그 이전의 문제는 저절로 덮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교육감도 기득권층의 볼모가 되기 십상이다. 벌써부터 혼자 빠져 나가기 위해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인화를 내세워 내년 4월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울산 교육전반에 대한 조사·감사를 단행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않으면 교육감은 올해 7월 초에 느꼈던 곤혹감을 언제든지 다시 맛 볼 수 있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