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교미
죽음의 교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9.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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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년전 고생대 석탄기 즈음에 사마귀는 바퀴벌레의 조상에서 나누어졌다. 그러나 바퀴벌레와는 달리 생긴 모양이 작은 괴수같이 무섭다.

사마귀는 죽을 때까지 살아있는 먹이 밖에 먹지 않는다.

번데기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유충도 성충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소위 불완전변태(變態)인 것이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서 자기보다도 큰 매미와 말벌 등 무엇이나 살아 움직이는 것을 잡아서 우적우적 먹어치운다.

사마귀는 9월이 되어야 수컷이 암컷을 구하러 찾아 나선다. 때로는 날아다니면서도 찾는다. 이 시기의 사마귀 수컷은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오로지 암컷만 찾아다닌다.

그렇지만 반대로 암컷은 수컷에 대해서 아주 무관심하다.

일단 수컷이 암컷을 찾으면 뒤에서 암컷을 보면서 살금살금 접근해야 한다.

만약 접근하다가 암컷에 발각되면 동시에 ‘동작 그만’이다.

만약 다리를 들다가 들키면 다리를 든 채로 한참동안 들고 있다. 마치 어린이들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놀이처럼.

움직였다가는 암컷에게 그 자리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cm 정도로 접근하는 순간 수컷은 갑자기 암컷의 등에 날아올라 재빨리 암컷 복부 끝에 있는 음부에 생식기를 넣는다.

교미시간이야 수분에 끝나지만 이후 무서운 광경이 기다린다.

사정을 한 수컷은 안심한 탓일까, 아니면 교미에 너무 도취된 탓일까, 주의가 해이(解弛)된 순간 암컷은 머리를 휙 돌려 수컷의 머리를 물고는 먹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이 또 연출된다. 머리가 없어진 사마귀의 생식기는 갑자기 발기(勃起)되어 암컷의 음부에 더 깊이 파고든다.

머리 없이 신체는 암컷을 꼭 껴안은 체 삽입한 생식기는 전후로 피스톤처럼 더욱 열심히 움직인다.

사마귀의 흥분상태는 절정에 이르고 교미는 엑스타시 즉 오르가즘에 도달한다.

교미 중인 수컷의 신체를 몽땅 먹어치우고 나면 마지막에 음부에 꽂혀있는 생식기만 남는다.

그럼에도 생식기는 음부 깊숙이에서 섹스는 계속된다. 생식기만으로 섹스가 계속된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머리가 없어지고 육체가 먹혀버렸음에도 쾌락을 반추하는 이 엑스타시(오르가즘)는 2번 3번 반복되어야 끝난다.

사마귀의 이러한 성충동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실은 수컷의 성(性) 중추는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부의 신경절, 사람으로 말하면 다리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마귀의 여러 행동은 뇌의 지배를 받아 조절되고 있다.

성(性)의 행동도 그 하나로서, 보통은 뇌가 이 신경절(節)의 성욕을 억제한다.

이것이 머리부터 먹힘으로서 성행동-억제스위치가 없어지고, 성행동-촉진스위치만이 작동되어 성욕이 오른다는 이론이다.

미워서 수컷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은 모두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수컷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보고 암컷에게서 재빨리 떨어져서 도망쳐 버린다.

운 나쁘게 잡힌 수컷 사마귀는 당황해하거나 발버둥을 치지 않고 암컷의 먹이가 되어 자손번영을 위해 영양원이 되어준다.

영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산란(産卵)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암컷은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교미를 하는 도중의 수컷이라도 먹어버리는 것이다.

/ 임자 건강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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