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웃으시며 “이 총장, 울산대를 맡아봐”
이런 신뢰 속에서 당시 강원대학교 총장(1982∼1988)으로 재직하고 있던 나를 현대그룹의 계동 본사로 부른 것이었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에 몇 가지 의논드릴 사항, 즉, 한국지역사회학교 운동의 새로운 사업 계획, 전국적 조직의 활성화 방안,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한 지역사회학교 중심학교, 시범학교 지정, 정년퇴임한 교장 선생님들의 초빙 등등이었다.
차를 마시는 명예회장의 얼굴을 따라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며 메모 수첩을 준비하였다. 잠시 기다렸다.
‘이 총장, 울산대학교를 맡아봐. 이 관 총장이 장관으로 올라가니까 이 총장이 맡아서 잘 해봐요.’ 편하게 웃으시며 놀라는 내 얼굴을 살피는 것 같았다. 바로 무슨 대답을 할 줄 몰라 머뭇거리는데, ‘이 총장이 강원대학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고 칭찬이 많아. 내가 욕심을 낸 거야.’ 로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았다. 당시 울산대학교 이사장은 정몽준 의원이었다.
큰 숨을 속으로 들이 쉬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나는 지금 국립대학 강원대학교의 총장으로 6년을 일했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임기 중에 사립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장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생각을 정리하며 ‘국립대학 총장은 문교부 장관의 행정체계 속에서 일정한 절차를 받아야 합니다. 아직 제 임기가 2년이 남아있어서 그렇습니다. 바로 장관하고 협의하여 보고 올리겠습니다.’고 간략하게 말씀을 드렸다. 섣부르게 어른의 말씀이라고 ‘예,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하면 오히려 경망된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고서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후원회’명칭이 바뀜)사업 중 중요한 것들을 보고 드리고 행사 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전국 초·중·고 교장선생님들을 위한 명예회장의 특강을 확인해 드렸다. / 정리=박해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