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원자재 값 20% 인상에서
현대·기아차 원자재 값 20% 인상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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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이 점점 불어나는데 군대의 사단(師團)보급부대에서 내려오는 일종(一種: 쌀, 부식 등)보급품은 말단 부대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사실이다. 다 흘러간 옛 이야기이지만, 차제에 향수를 느끼는 기분으로, 우리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현재를 확인할 겸 그때 그 시절을 풀어본다.

6·25 전쟁 때, 국방부의 제일 높은 사람이 군대 보급품을 착복하여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진짜 자유인, 자유당 시절의 이야기이다. 후손들이 지금도 살아있기에 실명(實名)을 밝히지 못 한다. 그 뒤로 상급부대(군단, 사단, 연대, 대대 등)는 하급부대로 내려 갈 보급품에 손을 대어 조금씩 떼어먹는 일이 정례화(定例化)되어 있었다. 그래서 약 50%만 남는 최전방 휴전선 보초병의 식기에는 밥이 절반도 안 되었다. 게다가 돼지고기가 나오기로 되어있는 날에는 모두들, ‘콩나물국에 돼지 발 담구고 갔다’고 희롱(戱弄)했다. 오죽하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무반까지 걸어오면서 뛰지 말라고 했을까. 밥이 꺼져 금방 배가 고파진다고 하였다. 이런 일이 5·16 전까지 계속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육사출신 장교가 오면 사병들은 기대하는 바가 컸다. 최소한 밥 만큼은 원칙대로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사실 그런 면도 있었다. 박정희 소장은 집에 쌀이 떨어져 부관이 몰래 쌀을 구해다 장충동 집에 갖다 준 일이 있을 정도였다. 소문에는 육사출신 장교는 카메라를 들고 사병들 식당에 와서 식기에 담긴 밥을 찍어서 육군본부로 보낸다고 하였다. 세상은 변하게 되어 있어서 지금은 사병들이 군것질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자, 현대·기아차가 원자재 값을 20% 인상하여, 그것도 소급하여 1차 협력업체에 지급한다고 한다. 상급부대에서 보급품(20% 인상분)이 하급부대로 내려온다. 2차, 3차 협력업체는 어떻게 보면 하급부대로 비유될 수 있다. 고철을 수집하여 주물공장까지 실어 나를 3차 협력업체(?)의 운전기사 호주머니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상급부대에서 챙겨야 한다. 바로 현대·기아차가 수고스럽지만 3차 협력업체의 말단 사원들이 잘 가는 선술집을 슬쩍 방문해보는 것이다. 카메라를 갖고 가지 않아도 된다.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원자재 값 인상을 다른 기업체에서도 따라야 한다.

계곡의 물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불어나서 강물로 흘러들어간다. 물이 불어나는 이치는 이산 저산의 계곡들이 낮은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어서 그렇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치는 사병 식당에 장교가 나타나서 사실 확인을 하듯이 정도(正道)를 걷는 모습을 보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하면 이산 저산의 계곡물들이 불어나 서민들의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다. 이산 저산은 다른 기업체의 원자재 값 인상을 의미한다. 미국에서처럼 반짝하는 금리 인하로 서민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대형 백화점 운영에는 경영학이 먹혀들 때도 있지만 우리네 서민들의 구멍가게에는 상식 하나로 충분히 운영하게 되어있다. 여기에 경영학을 들이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즉, 다른 기업체들도 원자재 값 인상을 시행해야 계곡 물이 불어나서 서민들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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