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울산대학을 맡아봐(1)’
《제1화》 ‘울산대학을 맡아봐(1)’
  • 박문태 기자
  • 승인 2010.09.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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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교육 특강때 鄭 회장 끝까지 경청
이것이 인연돼 70년대 초 자주만나기 시작
비서의 노크를 따라 들어선 정주영 명예회장실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소하고 단순하였다. 항상 그렇듯 조금 긴장했던 나의 눈길은 저만치에 앉아있는 정 명예회장의 얼굴에 멈추었다. 편하게 웃고 계시는 정 명예회장의 웃음을 받으며 깊게 머리 숙여 인사를 드렸다.

‘춘천에 있어서 자주 뵙지 못 했습니다.’

가까이 와서 앉으라는 손짓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옆자리 의자에 앉았다.

‘강원대학교를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다지?’ 하며 환하게 웃으셨다.

‘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칭찬의 말에 반쯤은 긴장이 풀어지며 밝은 웃음이 나왔다. 마침 차가 들어와 찻잔을 막 들려고 하는데,

‘이 총장, 본적지를 강원도로 옮길 것인가?’

‘? ? ?’

웃음을 멈추었다. 차를 마시지도 못하고 그대로 내려놓았다.

‘차 마시며 이야기를 하지…’

뜻 모를 웃음을 지우며 명예회장께서 찻잔을 들었다.

1971년, 유학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발령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로부터 특강 요청이 왔다. 마침 피츠버그대학 박사학위 전공분야도 교육사회학 쪽이고,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학문적 방향도 교육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이냐의 심리학만의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어서 흔쾌히 강의를 하기로 약속하고 열심히 준비하였다. 대학에서의 학문적 논의가 아닌 실천적 현장연구(action research)의 기본방향제시와 같은 것이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였다. 이를 두고 인연(因緣)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강의에 정주영 명예회장이 참석하시어 끝까지 경청해주셨다.

정 명예회장은 1960년대에 이미 국가발전에 관한 원려(遠慮)로서 자기가 살고 있는 자기 고장의 발전은 지역사회주민들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즉, 학교를 중심으로 그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항상 공부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 지역사회학교를 설정하고 적극 지원하여 국민계몽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정 명예회장의 이러한 철학과 나의 사회교육 관점이 조화를 이루어 1970년 초부터 자주 만나기 시작하였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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