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해변에는 성범죄가 없다
누드해변에는 성범죄가 없다
  • 김명석 기자
  • 승인 2010.09.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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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해변에는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누드 일광욕, 누드 서핑, 누드 발리볼을 즐기는 누디스트들은 섹슈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서양의 유명한 누드 해변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몸매가 잘 빠진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다. 거기엔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 늙은이, 어린 아이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단지 옷을 걸치지 않고 활보하고 다닌다는 사실밖엔 특이점이 없다. 마치 대중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목욕하는 사람들이 섹슈얼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인 것과 같은 이치다.

대법원이 펴낸 2009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한해 강간이나 성매매 등 성범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사람은 종로구, 중구, 강남구 등 서울 7개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이 인구 1천명당 0.34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누드해변에서는 성범죄 발생률이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일탈과 범죄는 그것을 강제하고 억압하고 때로는 보여줄 듯 말듯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주의 한 유명 해변을 끼고 있는 에스베리파크 시의회는 올해 그 시의 남쪽 해변을 톱리스(상반신 누드) 해변으로 선포하는 조례안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조례 제정의 이유는 성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존 로프레도 시의회 의장은 상당수 주민들이 ‘톱리스’ 비치를 선호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시 된다고 말했고, 한 시의원은 성의 개방은 섹스에 대한 호기심을 크게 줄여 성범죄를 낮추는 효과도 가져와 톱리스 비치는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통과를 자신했다.

다시 말해 옷을 홀딱 벗어던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성범죄를 줄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얼른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감 못할 바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규제하고 있지만 성범죄, 낙태율, 청소년 성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국가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스웨덴의 경우만 보더라도 성범죄율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감추고 금기시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1992년에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의 저자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형법상 음화제조죄 위반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음란소설을 썼다는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세계 최초였다. 검찰은 ‘즐거운 사라’를 변태적 성행위를 묘사해놓은 퇴폐적인 소설이라며 스스로 문학이기를 포기한 도색작품으로 몰고 갔고, 반론에 나섰던 사람들은 음란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급변하는 개방사회의 성윤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성적 묘사를 곧 성풍속에 관한 범죄로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무엇보다 작품의 예술성 유무를 국가권력인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마교수는 법정에서 “즐거운 사라는 무분별한 성의 탈선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한 카타르시스(그리스어로 배설을 의미함) 내지 대리배설”이라며 이는 오히려 성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며칠 전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한국 정부의 북한 트위터 접속 차단 조치를 두고 “이는 권위주의 정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CSM은 ‘남한이 북한 트위터 계정을 봉쇄한 이유’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정치적 반대 세력은 물론 외국의 북한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의 지적처럼 막고 봉쇄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정통성은 물론이고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이미 남한의 승리로 결론이 난지 오래다. 감추고 숨길 이유가 그렇게 커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브린의 말처럼, 남한 정부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민들이 북한의 독재 체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허락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들과 접촉한다고 사상이 바뀐다는 것은 기우다. 숨기고 감출 이유가 없다. 누드해변에서는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처럼 말이다.

/ 김명석 서울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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