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나라당에 인재가 없다?
울산 한나라당에 인재가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8.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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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10· 27 재보선’을 치르게 되면 울산 한나라당은 정말 인물난에 허덕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다. 전직 시 의장, 기초 단체장 예비후보, 지역 중진 정치인 등 적어도 서른 명 이상이 도전장을 내밀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인물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일단 대부분의 여권 인사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채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는 모 지역 정치인은 “준비하고 있느냐”고 묻자마자 손 사례를 친다. 12년이나 정치했으니 후진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지역 정치권과 만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동구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0· 27 재보선’ 가능성을 묻는 내용이었다.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하자 여권 후보자로 누가 부각될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현재로선 ‘인물난’ 이라고 말하자 그는 의외의 지역 인사 이름을 거론했다. 생각해보니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인물이었다.

만일 10월에 재보선이 치러진다면 선거에 임박한 여권의 상황도(狀況圖)가 한 손에 잡힌다. 공천을 신청하려는 대 여섯 명의 예비후보가 공천권자와 선(線)을 잇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몇 몇은 상대를 비방할 것이고 또 몇 몇은 ‘마타도어’ 작전을 구사할 게 틀림없다. 은근히 자신이 낙점 받았다고 시중에 유포해 다른 경쟁자들의 기를 꺾어놓는 방법을 동원할지도 모른다. 별별 루머가 나도는 가운데 딱 한 명이 공천을 받으면 그 때부터 무소속 출마선언이 줄을 이을게 분명하다.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바라보는 유권자들 눈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고 이 인물이 그 인물 같아 후보자의 선명성을 제대로 분간키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

얼마 전 민노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을 만났다. ‘진성 당원 1만 명 확보’ 방안에 대해 물었더니 김 위원장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은 기본 틀만 제시하고 모든 과정은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면 된다’고 했다. 예컨대 후보를 지명할 때도 복수의 예비 후보들끼리 무한 경쟁을 벌이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것이 각 예비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게 당원 확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더니 당원이든 후보자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쪽을 선호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지난 6· 2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훨씬 전부터 북구에선 현 윤종오 청장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당시 윤종오 시의원은 울산지역민들에게 그 다지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언론과 야권, 지역정가에만 주로 알려져 있었을 뿐 지역 유권자들에겐 그다지 친숙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의원을 사직하고 북구의 야권· 무소속 출마자들과 부대끼며 야권 단일후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은 북구 유권자들에게 깊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치고 받는’사이에 윤 후보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여권이 후보공천 작업도 시작하기 전에 당시 윤종오 민노당 후보는 일찌감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여유를 보일 수 있었다.

반면에 많은 인재를 내포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항상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경쟁의 무대’가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과정을 보면 답이 나온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여당 이회창 후보에 비해 상당한 열세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 전국경선과정에서 노 후보의 ‘치고 나온 힘’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결국 대권 후보로 결정됐고 그 과정에서 증명해 보인 ‘가치’가 결국 대통령에 이르게 했다.

울산 한나라당이 행여 있을지도 모를 다음 선거에서 인물난에 허덕일 것인지 아니면 풍요에 겨워할 것인지는 이 조그만 경쟁무대를 가설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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