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과 분단비용
통일비용과 분단비용
  • 김명석 기자
  • 승인 2010.08.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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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철거 2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의 15%가 통일 독일보다는 분단시절이 더 행복했다고 답한 적이 있다. 통일에 부정적인 답을 했던 15%중 서독 출신들은 통일로 인해 자신들이 과도하게 세금을 냈다고 생각했고, 동독 출신들은 생활수준면에서 열악해 서독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 일부 보수언론에 비중 있게 보도되면서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통일 회의론자들은 일례로 ‘급작스런 통일로 인해 남한으로 모여든 북한 주민들이 한강변에 판자촌을 형성하게 되는 끔찍한 광경’을 상상해보라며 감상적인 통일론자들을 비웃었다.

물론 통일이 되면 남쪽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흔히 통일비용이라 부르는데 이는 남북한 1인당 소득을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금액을 말한다. 현재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247억 달러로 남한의 2.7%, 1인당 국내총생산은 1천60달러로 남한의 5.6%에 불과하다.

즉 남과 북의 소득격차가 20대1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인 격차는 통일 이후 남한이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의 수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반면에 북한의 경제 성장은 장차 통일비용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남북통합으로 남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북한까지 적용하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대상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와 관련한 지출 소요만 하더라도 북한 GDP의 3배, 통일 한국 GDP의 8%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비용에 집착한 나머지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의 이면에는 분단비용에 대한 몰이해가 숨어있다.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분단비용은 60년 넘게 지출하고 있다. 분단 상황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는 이 비용의 천문학적인 지출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국방비만 하더라도 올해는 30조원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다. 통일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돈은 자자손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통일비용은 통일 이후 잠시 동안 지불해야 하는 돈이지만 분단비용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영구히 지불해야 하는 돈인 것이다.

눈앞에서 당장 지출되는 돈은 그렇다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더 엄청나다. 이른바 코리아리스크란 남북간의 대치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평가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2000년 6.15선언이후 금융가에선 잠잠했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10년만에 다시 재현됐다. 실제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5월25일에는 주가가 한때 44p나 빠졌고 환율은 35원 급등했으며 이날 하루 동안 시가총액 44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분단 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 경제에 상존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는 없는 셈이다. 이 또한 넓은 의미의 분단비용이다.

정치 논리를 떠나 경제 논리로만 따진다면 통일이 돼야 할 이유는 천문학적인 분단비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일이 되면 경제적인 효과는 엄청나다. 첫째, 통일 한국에는 7천만의 내수시장이 확보된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저력은 3억 인구의 내수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둘째, 북한에는 엄청난 지하자원이 존재한다. 석회석은 1천조원, 마그네사이트는 1천300조원 가량으로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 자원을 중국에게 내어줄 순 없다. 셋째, 값싸고 교육열 높은 노동력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출산율 1.15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 20년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임은 자명하다. 바로 그 노동력이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노동력을 동남아에서 들여올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는 15일은 정부수립 62주년이자 또한 분단 62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분단된 독일이 통일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동독에 대한 서독의 끊임없는 지원과 평화를 염원하는 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는 경제살리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했다. 경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정부가 시대 역행적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미루는 것은 바로 경제논리에 반하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 성장이야말로 언젠가 통일 한국이 지불해야 될 통일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경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바로 경제인 것이다.

/ 김명석 서울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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