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물 맑은 계곡 속세 떠난 仙境
깊은 산, 물 맑은 계곡 속세 떠난 仙境
  • 염시명 기자
  • 승인 2010.07.29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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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반용저수지~치술령 3.7km 코스
등산로 곳곳마다 시원한 계곡들이 유혹
▲ 치술령으로 가는 3.7km의 길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늘어선 나무들이 자연 그늘을 만들어줘 오르는 이의 발길을 가볍게 한다.

울산 중구 다운동을 지나 14번국도를 타고 십여분간을 달리면 좌측 편으로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에 위치한 척과초등학교와 척과보건진료소가 보인다. 이들을 지나는 소로를 따라 다시 몇 분간을 달리면 어디에서 이 많은 물이 내려왔나 싶을 만큼 크고 넓은 반용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들은 장정이 한아름 안아도 손이 닫지 않을 만큼 크고 굵다.

저수지 인근에 차량을 주차하고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가장 먼저 ‘치술령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마주하게 된다. 초행길에 막막함을 떨쳐버리게 하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소로에 접어들면 시원하게 흐르는 맑은 계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길 앞에서 ‘졸졸졸~’거리는 계곡의 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한여름 더위는 한풀 수그러든다. 계곡을 쉽게 건너라는 앞사람의 배려인지 보폭에 맞춰 놓여진 어른 몸통만한 바위들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를 보며 앞선이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산길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길 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여름날 뙤약볕을 막아주며 오르는 이의 더위를 식혀준다.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은 한껏 무거워 질 수 있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매미소리는 오르는 이가 심심하지 말라고 들려주는 자연의 오페라같기도 하다. 길곁으로 간간히 눈에 띄는 이름모를 버섯들을 보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흔적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도 있다.

산길 입구에서 치술령까지 오르는 길은 3.7km. 길은 굳이 등산화를 챙겨신지 않더라도 오를 수 있을만큼 험하지 않고 적당히 굽이쳐 지루할 틈도 없다. 더욱이 길을 오르는 중간중간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있어 한번씩 쉬어갈만 하다.

 

땀을 식히기 위해 계곡을 들르니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시원한 물이 발을 담그라고 유혹한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발을 담그니 평양감사가 부럽지 않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하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목이 좋은 곳은 이미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고 있다. 불쾌지수 수치가 80을 넘어섰는데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계곡물에 담궈 둔 시원한 수박 등의 먹거리와 좋은 벗이 함께 하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에 혹여 계곡물이 마르지는 않았을까?’했던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하며 ‘도대체 어디서 이처럼 맑고 시원한 물이 펑펑 쏟아져 나올까’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물은 맑고 풍부하다.

이같은 생각을 뒤로한채 또다시 길을 나서면 반기지 않은 손님인 ‘모기’가 귓가를 어지럽힌다. 귀찮고 성가시기도 하지만 이 또한 여름 등산행의 빼놓고 싶지만 뺄 수 없는 동반자라 생각하니 ‘휘휘’ 졌던 손놀림을 멈추게 된다.

길을 오르다 보면 무더기로 버려진 조개껍질들과 함께 숯을 만든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혹여 산행길에 올랐던 시민들이 먹거리를 위해 불을 지핀 것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해보지만 우거진 나무들이 그렇지 않았다는 대답을 대신한다.

한 시간여를 오르면 해발 425m 상당의 삼거리를 마주하게 된다. 위쪽으로는 망부석과 치술령, 아래쪽으로는 철탑과 납골묘, 또 은을암과 국수봉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간혹 경사진 길들이 있어 애를 먹을 수도 있지만 크게 어려운 산행은 아니다.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푯말들을 따라 1시간여를 오르면 경주와 울주군의 경계점에 위치한 치술령에 도착하게 된다.

내려오는 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도 되고 시간이 된다면 삼거리까지 내려가 은을암이 있는 국수봉 쪽으로 다시 올랐다가 내려가도 좋다. 차를 가져 가지 않았다면 박제상 유적지가 있는 옻밭마을로 내려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염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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