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어학연수 무조건 좋은가
해외 어학연수 무조건 좋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2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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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십만 명이 해외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고 이에 따른 지출비용만 한해 수조원에 달한다. 연중 국비 장학생 5, 6백 명이 유학을 떠났던 지난 1950, 60년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 만큼 국민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국가가 부강해졌다는 긍정적 증거다. 또 국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만큼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학연수의 경우, 애초의 취지와 달리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풍조가 만연돼 있는 현실과 그에 따른 효율성 문제는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있게 된 것은 어학연수에 대한 몇 가지 착각에서 비롯됐다. 해외 어학연수를 갔다 오면 무조건 해당 외국어에 능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6개월 또는 1년 정도의 단기간 어학연수는 외국어 숙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당 언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단순 노동을 하거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갖지 않고) 2년 이상이 경과돼야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 단기간의 연수에다 학비를 벌기 위해 시간제 직업을 갖거나 같은 한국인과 거주하면서 연수생활을 하면 효율성이 그 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 외국어 지식을 갖추고 떠나는 것도 중요하다. 어학연수에 필요한 기본 외국어 지식도 없이 무턱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여행’으로 끝 날 뿐이다. 말하기를 숙달하기 전에 읽고 쓰는 것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해외에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이 연수를 갔다 온 사람보다 훨씬 외국어에 능통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일기, 쓰기를 잘하면 구태여 외국에 나기지 않고도 말하기에 능통해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외국에 가서 원어민의 발음을 그대로 모방하려고 애쓰면 효과를 얻기 어렵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알아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혀를 굴리며’ 그대로 본뜨려고 해선 안 된다. 해외에 오래 거주한 우리 외교관들이 공식석상에서 외국어로 연설할 때 ‘한국식’으로 말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분명히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로 외국어를 이용할 뿐 원어민 발음을 모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학연수를 보내고 떠나는 부모, 자녀들 중 상당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 학교 외국어 성적도 우수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해외에서 터득한 외국어 실력은 국내 중, 고등학교 과정의 실제 수업이나 내신성적 그리고 수능시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부 외국어 듣기시험 과정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효과는 미미한 정도다.

아직 국내의 학교 학습에선 읽기, 쓰기, 이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마쳤는데도 영어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얘기가 부모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 여름 방학동안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난 울산 학생들 중 일부도 이런 잘못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간과 돈만 허비하고 있다.

외국어 어학연수는 이제 실속을 먼저 따지는 전략연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을 국내로 초빙하는 경우를 말한다. 국내 수요가 많아진 만큼 해당 외국어 원주민을 지자체나 교육당국 그리고 학교가 일시 채용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여름방학동안 울산시 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는 여름방학 영어캠프가 그 좋은 예다. 외화를 낭비해가며 무조건 해외로 나가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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