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 의용군을 제대로 알자
학도 의용군을 제대로 알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21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포화 속으로’ 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 3사단 직할 학도 의용군 중대원 71명이 포항을 배경으로 펼친 전투상황을 그린 것이다. 실제 상황에 영화의 특성을 가미하긴 했지만 당시 사실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서울사대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용섭을 중대장으로 대구 성광중학교 3학년 김만규 까지 71명의 학도병들이 포항여중을 배경으로 끝까지 분전하다 전사 48명, 부상13명, 포로 10명으로 중대원 거의 전원이 꽃다운 나이에 희생됐다는 이야기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인 1950년 6월29일, 국방부 정훈국이 수원에서 ‘비상 학도대’를 조직했다. 당시는 주로 대학생들이 참여해 정훈활동이나 선무공작을 펼쳤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그 중 일부가 대구로 내려와 지원병을 모집해 안동에서 전투를 벌이던 국군 3사단장 김석원 준장을 찾아갔다. 김석원 사단장이 이들을 3사단 직할 학도 의용군 중대로 편성하고 김용섭을 민간인 중대장으로 임명했다. 7월말 3사단이 포항까지 밀리면서 학도 의용군 71명도 함께 내려왔고 그들이 포항에서 맞는 최후의 전투 장면이 바로 ‘포화 속으로’에서 묘사된 내용이다.

그러나 경주, 울산, 포항 지역에서 흔히 일컬어지고 있는 학도 의용군은 이와 좀 다르다. 우선 규모나 징집 방법이 다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학도 의용군은 주로 자원입대한 것으로 돼 있지만 동해남부지역에서 차출된 학도 의용군은 대부분 징집됐다. 요즘으로 치면 예비군에 해당되는 방위군 간부들이 학교에 직접 찾아와 ‘키 크고 힘깨나 쓰 보이는 학생’들을 무작위로 차출해 간 것이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진 않지만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 3개 지역에서 징집된 학도 의용군은 약 1천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 농업학교(현 울산공고)에서 200~300명 정도 징집됐으며 경주중학교(당시 5년제)에서 300여명, 경주 공업학교(현 경주 공고)에서 150명, 포항중학교에서 200~300명 등 거의 1천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전투에 투입됐다고 한다. 학도병들이 주로 참전했던 전투지역도 주로 경주, 안강· 기계, 포항이다. 당연히 이들 지역에서 가장 많은 학도 의용군 희생자가 나왔다. ‘포화 속으로‘의 배경이 되는 국군 3사단이 포항전투에서 입은 손실은 전사 2천301명, 부상5천908명, 실종이 4천40명이다. 이 가운데 학도 의용군도 상당수 포함됐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를 잇는 낙산교 못미처에 경주시 천북면 호명리 낙산이 있다. 바로 눈 아래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학도 의용군들이 건너편 북괴군 12사단과 대치하던 곳이다. 수도사단 1연대 경주· 안강지구 전적비가 있는 이곳은 지금도 주변이 메마른 야산(野山)이다. 제대로 물 한 모금 마실 곳이 없는 민둥산이다. 이 고지에서 달려 내려가 앞에 흐르는 형산강을 건너 건너편 계산으로 돌진하다 수많은 학도 의용군이 강물에서 희생됐다. 밤이 되면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훌쩍거리는 소년병들을 달래느라 고참병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총 소리만 나면 참호 속에 머리를 처박고 허공에다 총을 마구 쏴 대다가 개머리판으로 흠씬 두들겨 맞기도 했다고 한다. 사흘 밤낮으로 계속되는 전투 동안 물 한 모금, 밥알 한 톨 못 먹어 어린 소년병들은 눈만 괭하니 뜨고 있는 산송장과 같았다는 증언도 있다. 그 학도 의용군들은 영화에서 묘사되는 만큼 논리적이지도 못했고 좌우이념도 없었다. 국가 공권력에 복종해 전쟁터에 나갔고 그 곳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을 뿐이다.

1950년 9월4일을 전후해 미8군은 예비로 남겨뒀던 24사단을 안강, 기계, 경주, 포항 전투에 투입할 정도로 이 지역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안강· 기계를 방어하고 있던 국군8사단과 동해안· 포항을 담당하던 국군 3사단은 손실되는 병력 보충을 학도 의용군에 의존 할 수밖는 상황이었다. 14세부터 18세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병력 보충용’으로 전선을 지키다 꽃다운 청춘을 바친 것이다. 영화 내용보다 훨씬 더 처절하게 싸웠고 타의에 의해 전쟁터로 나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학도 의용군이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