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항공사가 필요하다
지역 항공사가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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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부산~서울 간 KTX 이용 승객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한 반면에 부산~김포 노선에 운항 중인 전체 항공사 수송실적은 5.6% 증가했다. 지난 2004년 4월 KTX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부산~김포 간 항공 이용객 수가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역전(逆轉)현상이 있기 까지 저가 실용요금을 책정한 부산 지역 항공사 ‘에어 부산’이 기여한바 컸다고 한다.

에어부산은 기존 대형 항공사에 비해 경제적인 운임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부산~김포 간 기본요금이 7만1900원인 반면에 에어부산은 5만2400원으로 KTX 요금 4만7900원보다 불과 4500원 비싸다. 에어 부산을 KTX 특실 7만170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만9300원이 싼 편이다. 그래서 대형 항공사인 K 항공은 이용객 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4% 감소했지만 에어부산은 108.5% 증가세를 보여 부산~김포를 운항하는 전체 항공사 수송 실적이 KTX를 추월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부산에어는 2008년 10월27일 부산~김포 구간에 20인승 소형 비행기를 띄우면서 취항했다. 그 해 12월1일 부산~제주 구간에도 취항해 저가 공세를 펴자 하루 5편 취항하던 대형 항공사 A 항공은 이 구간을 포기했다. 부산에어는 올해 3월에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취항했고 4월에는 부산~오사카 노선도 개설했다. 국내 노선에 이어 인접한 국제노선까지 항공망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부산에어가 설립되던 2008년 6월에 울산에도 지역 항공사가 북구 송정동에 자리를 잡았다. 본래 제주시에서 부정기 및 전세기 여객 운송사업을 하던 이 업체는 지역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본사마저 울산으로 이전했다. 그 다음 달 울산에 도착하는 항공기에는 울산시의 상징인 고래를 그려 넣고 기명(機名)도 ‘울산 1호기’로 명명하기로 했다. 이 여객기는 8월30일 취항식을 가진 후 김포~울산, 울산~제주 노선에 각각 주 5회, 4회 투입될 예정이었으며 지역 산업계의 수요를 감안해 울산~인천 노선에도 신규로 취항할 예정이었다.

당시 지역 항공사의 등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눠져 있었다. 하나는 긍정적인 시각이었다. 제주와 부산에 등장하는 지역 항공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부 시민들은 이 항공사에 많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항이 있는 광역시에 걸맞게 자체 항공사가 생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국내 굴지의 대형항공사가 제멋대로 짜는 운항 시간표, 운항 횟수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여유감을 느꼈고 저렴한 항공요금도 큰 매력으로 등장했다. 특히 대형 항공사의 편의 위주에 따라야 했던 울산~제주 노선은 이 항공사의 취항으로 이용객들이 시간과 요금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 산업시찰과 거래를 위해 울산을 찾는 외국인에게 울산~인천 신설 노선은 지역 항공사의 특성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부정적인 시각은 주로 소규모 항공사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됐다. 지역 항공사 설립을 ‘바람’에 편승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본사까지 울산으로 옮겨 온 이 업체에 대해 지자체도 밋밋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울산 본사에 와 있던 최고 경영진 중 한 사람은 “재정적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울산시가 우리와 업무협약(MOU)만 체결해 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08년 10월로 취항 일정을 한 차례 미룬 이 업체는 당시 경영난에 봉착해 있었다. 울산시와 MOU를 체결하면 업체의 공신력이 높아져 금융권이나 국토해양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로부터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당했다.

최근 울산시는 국토해양부, 한국공항공사, 항공사 관계자들과 울산공항 이용 활성화 대책회의를 열고 울산공항 이용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11월 말 KTX 울산역이 개통되면 공항 이용객이 60%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논의된 대책 가운데는 신규 취항노선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도 들어있다. 제주도에서 건너 온 어느 소규모 항공사의 열정을 2년 전에만 알았어도 지금 울산공항은 ‘KTX 피해 공황’에 시달리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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