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밭
십리대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7.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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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대밭에 강물이 범람했다

늘 만차에 고수부지부터 호흡이 거칠었는데

기어코 개펄 메워 생태공원 조성한단다

방어진댁 오리탕집도 문을 닫고 철거하고

배부른 남산 넘어 파도치던 술타령도 멀어졌다

춘삼월 공산에 벌겋게 익은 통닭이거나

포커 숫자 맞추던 친구는 일용직 찾았을까

다리 절뚝거리며 물새가 망을 보고 있었다

비린내 없으면 밥을 걸렀다던 아내의 바가지가

대숲을 빠져나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덤프트럭에 밟혀 줄무늬 입은 길을 따라

부러진 죽순이 강변에 널브러졌다

누가 모래를 퍼내 태화강 이마를 깼을까

때맞추어 방생한 목어는 휘파람소리 내며

흙탕물에 또 얼마나 이를 갈았을까

대자리 깔고 앉은 문수산을 두드리며

하산한 물그림자 함께 염을 해 주었다

대나무 속통밥 비워내고 배탈난 모래톱

구멍난 신발짝 벗겨내고 대금소리 흘러나왔다

물갈퀴 휘날리는 바람을 불러 이파리 흔들면

강 건너 둔치에는 유채꽃 잔치 준비하고 있었다

바다를 잊고 살자던 망해사 처용이 춤추며

정토 빌었던 꿈자리도 대밭이었다

/ 이상태

시작노트

태화강 줄기 따라 남산은 배가 불러서 생태공원 조성한다고 십리대밭을 기웃거렸다.

모래톱 파헤친 흔적 따라 길을 찾아 나섰다. 태화강변을 끼고 돌며 십리대밭길 따라 물의 더러워서 코를 막고 지날 정도로 버려진 강이었다. 울산시는, 태화강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여 더러워진 침전모래를 파내고, 점점 강물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시민운동도 함께 전개하였다.

부단하게 노력한 결과 비 오는 날이면 태화다리 밑에서 낚시를 하곤 하였는데 딴은 월척이 넘는 잉어가 잡혀 구경꺼리가 되기도 하고 둔치 현장에서 기분 좋게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치어가 뛰어놀고, 물고기가 되돌아오고, 이름도 모를 온갖 새들의 서식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행정당국은 한술 더하여 기념행사 한다고 전국수영대회와 용선대회를 개최하고 십리대밭에는 생태공원을 만들어간다고 공사 중에 있다.

문득 공사현장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가는 길에 머리를 묻고 물결을 쪼아 올리던 물새가 부러진 대나무통 굴리며 먹이를 헤아리고 있었다.

말리는 시누이 손처럼 대나무 뿌리를 잡고 떨어지지 말자는 안주로 술잔 기울이던 친구야. 어깨동무하고 휘파람 불던 대나무잎 수런거리는 소리 들리는가.

울산도심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태화강변에 십리대밭의 죽순을 보호하기 위하여 시민 스스로 특별 감시단이 되어 수시로 보호하고 관리에 들어갔다.

십리대밭의 죽순 불법채취를 막고 십리대밭지킴이 자원봉사를 하면서까지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 태화강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데 강물을 퍼 올려 둑을 만든다더니 드디어 개펄은 대형 공사로 죽어가서 대밭은 오리도 남지 않았다.

태화강에서는 최근 수질이 깨끗해지면서 십리대밭의 대나무는 대부분 왕대로 키가 7~15m로 자라고 강변 십리대밭 생태환경도 크게 회복돼 매년 죽순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어쩌자고 다시 시민들의 24시간 걷기 오솔길을 부수고 공사가 한창이다.공업도시의 문명은 생태공원을 만들어낸다지만 자연과 역사는 문화유산에서 새출발할 것이다.

이상태 약력

「시와비평」「현대시조」등단. 시집「사랑 갈무리」「바다가 그리운 날」.「두레문학」발행인. 「현대정보과학고」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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