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갠지즈강의 중심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갠지즈강의 중심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0.06.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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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죽음, 聖·俗이 공존하는 힌두교 성지

인 도인들은 갠지즈강을 여느 강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 강은 바로 ‘생명의 강’이요, ‘성스러운 강’이다. 태초에 갠지즈강은 하늘에서 흐르던 강이었다. 그 강은 ‘비쉬누’ 신의 발가락에서 흘러나와 천상의 극락세계 곳곳을 적셔주는 풍요의 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상에 가뭄이 들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인 한 분이 고행을 한 결과 이 갠지즈강을 지상으로 끌어내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러나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곧바로 떨어진다면 이 땅의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태를 알게 된 ‘시바’신이 결국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강 물줄기를 받아 그 물줄기들을 조각내어 땅에 안착시킨 것이다. 그래서 갠지즈강은 ‘시바의 머리카락’이요, ‘시바가 목욕하는 곳’이고, ‘시바가 명상하는 곳’이며 인도인들에게 성스런 물이 되는 것이다.

인도사람들은 갠지즈강에서 목욕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죽어서 자신의 육신을 태운 재가 이 강에 뿌려지기를 소원한다. 실제로 갠지즈강에 가보면 오염된 강물은 차치하고라도 강 한쪽의 화장터에서 시신을 태우고 재를 뿌리는 모습들이라든가, 또 다른 한쪽의 거대한 빨래터에서 내뿜는 비누거품, 물소의 시체가 떠다니는 모습, 그 위에 까마귀가 앉아 썩은 고기를 뜯어먹는 광경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방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는 도저히 목욕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갠지즈강에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매일같이 그 더러운 강물에 몸을 씻고 목을 축인다.

갠 지즈강으로 순례를 온 인도인들은 매일 밤 강가에서 열리는 예배(뿌자의식)에서 사제가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강물에 뛰어든다. 온몸을 신성의 강물에 씻는 것도 모자라 고향에서부터 들고 온 물통에 가득 오염된 물을 담는다. 또 나뭇잎에 싸인 꽃불을 강물에 띄우고 자신과 가족의 소원을 빈다.

인도인들이 이 더러운 물에 몸을 씻어도 피부병에 노출되지 않고, 뿌옇게 탁한 물을 한 움큼 손에 담아 들이켜도 배앓이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의 종교적 신앙심 때문이다. 그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신들이 있으며, 이 신들이 그들에게 축복도 주고 건강도 주는 것이다. ‘시바’의 머릿결에서 흘러내린 갠지즈강물은 그들의 정신적 젖줄인 셈이다. 그들의 종교적 확신과 함께 신화는 살아있으며, 그 때문에 이승의 고단한 삶과 남루가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바라나시는 바로 신성의 강 갠지즈의 가장 중요한 기착지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일생동안 바라나시의 갠지즈에 몸을 담그기를 희구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긴 강에는 사시사철 순례객들로 붐빈다. 이들의 순례는 갠지즈의 성수로 일생에 지은 업보를 닦고 내세의 행복한 환생을 기원하기 위해서 이뤄진다.

그 중에는 죽음에 이르러 갠지즈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생을 마감하기 전 갠지즈와 인접한 ‘죽음을 기다리는 집’에 와 지내며 기도하고 자신이 죽어 성스러운 강에 재로 뿌려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집 앞에는 거대한 노천 화장장이 있고 24시간 사시사철 짙은 연기를 내뿜는다.

바라나시의 갠지즈강에 맞닿은 구시가지는 좁은 골목으로 이어져 있다. 중세 이후, 혹은 그 이전부터 형성된 도시가 그대로 존재하고 아직도 그 손금 같은 골목은 그대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방인들은 그 골목에 접어들어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그 골목에는 바라나시의 시민들과 여행객들, 소와 개들이 뒤엉켜 살아간다. 또 화장터로 향하는 장례행렬과 시신을 화장할 나무 등걸을 운반하는 이들로 분주하다.

장례행렬은 24시간 끊이지 않는다. 화장터로 가는 길목에 숙소를 정하고 잠을 청하자면 수시로 들려오는 상두꾼들과 유족들의 ‘람람사떼헤(신만이 알고 계신다)’라고 외치는 만가(輓歌)소리에 놀라 가위눌리기 쉽다. 바라나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 화장터를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며 생사(生死)가 혼재하고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중세의 골목길을 잊지 못한다.

바라나시는 인도 정신의 중심이면서 전설보다 더 오래된 도시 형성의 이야기가 이어져 인도를 찾는 이들에게 대표적인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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