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광장] 삼고초려(三顧草廬)와 인재육성
[제일광장] 삼고초려(三顧草廬)와 인재육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5.31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4대기서 중 하나인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세 명의 영웅이 등장해 자웅을 겨룬다. 촉 유비, 위 조조, 오 손권. 하지만 그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 속에서도, 제대로 된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하를 도모하고자 일어선 자들은 모두 ‘인재’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중국역사를 주름잡은 영웅호걸들 역시 사람을 뽑고 적절한 자리에 앉히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인재를 소중히 여긴 덕분에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삼고초려로 유명한 유비도 인재 한 명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낮추고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제갈공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면, 그리고 관우, 장비, 조운 등과 같은 뛰어난 장수를 휘하에 두지 못했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게 분명하다. 인품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유비에 대해, 그의 인군 이미지는 작가가 재창조해 낸 이상적인 인물상이었다는 비평도 있다. 사실 그는 소설인물이기 전에 실존인물로서, ‘인의’가 아닌 자신의 정치 군사적 재능에 의지하여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현실적인 통치자였다.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 등 문헌들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세력가로서의 야심과 위정자로서의 명망을 떠나 적어도 정책 실현, 특히 인재 발탁에 있어서는 확실한 역량을 갖춘 인물임에 틀림없다. 현실적인 통치자였으나 그 속에 포함된 그만의 이상적 군주로써의 자질 때문에 작가는 그를 인군으로 이상화하여 소설 속에서 인군의 모습으로 재창조하였던 것이다

인재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그는 그들에게 ‘너는 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큰 뜻을 펼 수 있도록 넓은 무대를 마련해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인재를 끌어 모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재의 활용을 중시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어느 시대나 권력자나 경영자가 바뀌면 늘 새로운 인재가 기용된다. 바야흐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 즉 ‘글로벌 인재’의 시대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재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대학들도 ‘글로벌 인재학부’라는 학부명을 만들어 운영할 정도이니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얼마만큼 치열한지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인재를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들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뛰어난 인재발굴을 목표로 웬만큼 찾아다닌 기업들은 이제는 찾기보다는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탄할 시간에 각 기업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임을 깨달은 것이다.

옛말에 ‘종신지계막약수인(終身之計莫若樹人)(평생의 계획으로 사람을 심는 일보다 더한 일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낡은 시대를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힘의 원동력은 모두 인재의 쓰임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이른 말일게다.

이 구절로 미루어 보면, 유비의 행동에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유비가 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지만, 만약 그가 공명과 같은 인재를 직접 키워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삼국지>의 결말도 크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 이인택 울산대학교 입학처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