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역사는 반복되는가
정말 역사는 반복되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5.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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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 역사학자에게 1840년대와 6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중국과 영국이 벌인 아편전쟁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그는 ‘그런 최근의 역사를 어떻게 벌써 평가할 수 있느냐’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오백년은 지나야 과거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동양 역사학자의 견해대로라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은 서기 2500년 쯤 된다.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 주기는 대개 1세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1백년을 단위로 그 속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00년대 초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이 ‘한반도 파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를 두고 맞서 싸우기도 하고 측면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인 지금도 상황은 그 때와 비슷하다. 남북으로 나눠져 있는 것이 다르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당시 구한말 조정이 친일파와 친로파로 나눠져 피를 튀겼던 사실을 감안하면 그 때와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이런 사건 전개 방식은 우리의 현대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제적 관점으로 보면 토인비의 1세기 주기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국지적 관점으로 보면 10년을 주기로 한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1948년 우리는 정부 수립이후 극렬한 좌우이념 대립을 거쳐 50년에 6·25 전쟁을 경험했다. 48년부터 10여년 집권했던 이승만 정권이 60년에 몰락했고 이후 5· 16으로 집권한 군사정권도 10년 후인 70년에 삼선 개헌을 거쳐 72년에 ‘10월 유신’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약 10여년 쯤 후인 80년에 신 군부가 집권하면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고 88년 민주화를 거쳐 90년대 초에 처음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말에 나오는 ‘권불(權不) 10년’을 그대로 옮겨 온 셈이다. 그리고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집권한 이래 10년 동안 좌파정권이 집권하다가 2008년에 현 실용정부가 들어섰다. 거의 10년을 주기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 한국 현대사다.

남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한국전쟁을 앞 둔 시점과 비슷하다. 북측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는 반면에 대한민국은 다양한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 때 만큼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북한이 ‘전면전 불사’운운하면서 덤벙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인비가 말한 ‘역사의 회귀성’은 상황의 전개를 말한 것이지 동일한 결과까지 언급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10년 주기를 여섯 번 되돌리는 사건이 2010년에 발생한다면 우리 앞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아마 정전 협정은 없을 것이다. 북측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60년 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런 예단이 가능하다. 2010년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 논쟁은 1940년 대 후반의 것과 다르다. 당시 한국인들은 자본주의의 장단점을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장점에 훨씬 더 익숙해져 있다. 야권과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이념 논쟁도 결국 자본주의의 범위 이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한국인들은 전쟁이 벌어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믿고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5백년 후 어떤 중국학자가 ‘천 오백년 전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2010년에 벌어졌다’고 평가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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