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苑] 휭 투옌
[詩苑] 휭 투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5.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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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여름 소나무 위로/보름달 비치면/메콩강 바람 뿌옇게 인다

건기에/야자수 숲을 가르고 야성을 키우던 맨발

스물둘 첫선, 아오자이를 입고/낯선 문자를 묻고 고요에 머문다

연꽃 필 무렵, 질 무렵/흙 강 물빛을 뚫고 자리를 지키는 궁리들

꽃이 되었다, 고요가 된다

엄마와 거닐던 강둑은/어떻게, 안녕한지

공원 호수에 너울대는 앙다문 꽃잎들/수런수런 물결이 인다

한국어 수업을 받는 베트남 그녀, 휭투옌

칠월 열나흘 밤/더운 물방울들이 허공으로 솟는다

삶의 촉수가 되어 버린 꽃/속살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 사월은 유난히 잔인했다.

눈과 비가 잦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러운 사월이었다. 백목련조차 말없이 툭 터진 뒤 서럽게 피고 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진자리 힘겹게 새순 돋아났다.

하노이에서 시집 온 베트남 여인의 일기장이 눈물겹다.

안개 낀 메콩 강의 입김과 어머니와 함께 거닐던 강둑, 맑은 눈동자에 비치고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국에 온지 몇 개월 우리의 문화에 적응하기엔 아직은 힘겹다.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중이다.

이 땅에 열심히 뿌리 내리려는 결혼이민자들, 그들 가까이에서 언어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이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소명으로 다양한 문화를 끌어안고 함께 보듬어 포옹해야 할 신생의 계절 새살 돋는 오월을 맞았다.

인생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여행이다.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무한한 기대와 갈망이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채워줄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면 이젠 어쩐지 정겹고 달려가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이국에서 날아온 출산의 소식에 어머니, 영원한 인간의 행복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나 또 아이를 탄생시켜 가는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갈 수는 없다.

머나먼 타국도 국제 글로벌시대에는 이제 이웃이 되고 친척의 나라가 되어 얼굴만 쳐다보아도 반갑다.

다문화가족이 많을수록 풍요로운 우리 사회의 순기능을 마주보는 눈동자 하나로 읽을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유엔 미래학연구소 보고서에는 급격한 인구감소로 세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무궁한 발전을 기약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은 이 사실을 온국민 모두가 깨우치고 있는가?

또한 세상에서 가장 먼저 멸종할 인종은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부산 남포동 거리에서 아이를 안고 아내와 단란하게 웃으면서 걸어가고 있는 사진과 함께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만해도 인구정책은 심각하다.

웃을 일이 아니다. 다문화 민족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일찍이 이를 간파한 국가 정책을 우리는 뒤늦게나마 기꺼이 다문화가족을 내 핏줄보다 더 아끼며 받아들이고 보살펴 줄 때가 지났다.

유달리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인데 특히 백의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단합만을 강조한답시고 강조해온 선인들의 국가정책은 이제 과오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문화 언어지도를 하면서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의 이미지와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에게 무한한 지원과 진심어린 봉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 한영채 한영채 울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지도사



한영채 프로필

경주출생. 울산문인협회회원. 『두레문학』. 『시작나무』 동인.울산광역시다문화가족지원센타 한국어지도사 및 남부도서관공부방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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