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 프로파일링 하기
선거공약 프로파일링 하기
  • 박문태 논설실장
  • 승인 2010.04.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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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사물 시리즈에 프로파일링(profiling) 한다는 말이 나오고 이 말이 여기저기 유행어가 되면서 범죄자의 행동유형을 분석하는 것만이 프로파일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말을 조금 넓게 해석하면 회사 사장이 사원들을 프로파일링 할 수 있고, 동료끼리, 특히 짝사랑하는 사람을 프로파일링 하여 ‘작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여러 심리적 특성을 전문가의 면접이나 심리검사를 통해 파악해야, 즉 프로파일링을 해야 치료과정에 들어간다. 교육평가에서는 학생의 지적(知的)인 능력과 정의적(情意的) 영역의 특성을 프로파일링 해야 제대로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사태 때(1960년대 초에, 소련이 미국의 코 앞 쿠바 섬에 미사일 발사 기지를 건설하려고 한 일), 흐루쇼프의 성격을 프로파일링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한다하는 성격심리학자 5,6명이 비밀리에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흐루쇼프의 어렸을 때부터 소련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행적을 수집하려고 하였다. 본래 비밀이 많은 나라이어서 그런지 공산당원으로서 행동한 것 외에는 별다른 자료가 없어서 프로파일링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 프로파일링의 주목적은 흐루쇼프의 성격 프로파일에 근거하여 앞으로의 행동, 의사결정 패턴을 찾아내어 미국의 대응조치에 참고하려는 전략이었다. 케네디의 단호한 해상봉쇄 정책이 효과를 보아 해결된 일이지만 지도자의 성격 프로파일링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한 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6월 2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이 많아지면서 선거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그럴듯한 말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소?’라고 핀잔을 주고 싶을 만큼 거창한 공약도 있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빈 말의 호화판 일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그동안의 정책개발과 시행의 중간평가 기능까지 떠맡게 된 이번 선거를 보다 바르게 치르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선거공약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제대로 하여 바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하여 프로파일링의 몇 가지 주안점(主眼點)을 소개한다.

프로파일링의 원형처럼 선거에 입후보 한 개인의 여러 특성들을 종합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권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별하고 이를 잘 포장한 것이기 때문에, 비록 그것에 거짓이 없더라도 무게를 둘 수는 없다. 특히 공직에 들어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강직(剛直)한 성격의 소유자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면 입후보자의 과거 학창 시절의 허세부리기, 과대망상적인 행동까지도 프로파일링의 리스트에 올라와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선거에서는 범죄자 수사에서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파일링과는 달리 입후보자들을 상호·비교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중의 대표적인 프로파일링이 선거공약들의 공통점 찾기이다. 낱말 잔치의 현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비슷한 말 찾기의 게임과 같이 즐길 수도 있다. 공통점을 떼어놓고 차이점을 나의 의견에 비추어 판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의 논리적인 접근에서 헛발을 디디어 그르 칠 수도 있다.

공통점 찾기에서 두 가지 방식을 똑같이 적용해보아야 한다. 선거공약을 처음 보았을 때, 서로 다르게 보여도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단계에 공통점이 있는 경우이다. 좋은 예가 세금이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하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공약을 처음 보았을 때, 유권자의 권익을 위한 최선의 정책으로 서로 비슷한 구호를 근사하게 하고 있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의도가 나타나는 점이다.

위의 말을 줄여서 표현하면, ‘달라보여도 그게 그 소리, 같아보여도 갈라서자는 소리’이다. 끝으로 관상보기가 프로파일링에 들어가면 안 된다. 허울 좋은 개살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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