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千里眼)이 있을 텐데
천리안(千里眼)이 있을 텐데
  • 박문태 논설실장
  • 승인 2010.04.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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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금 여기 앉아서 꿰뚫어볼 수 있다고 해서 지은 낱말이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의 근원은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뿌리를 두거나 기독교의 성서, 이슬람교의 코란에서 연유하는데 우리 동양에서는 중국의 전설에서 찾을 수 있다. ‘천리안’도 그 근원은 중국의 위서(魏書, 지금부터 약 1천500년 전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한 우리의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로서는 기발한 정보수집 능력에서 나왔다.

천리안은 천리(먼 거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기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알게 되는 것과 더불어 육감(六感)으로 느끼는 것도 포함한다. 육감은 오감(五感;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 들어가지 않는 어떤 느낌을 말한다. 심리학이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지각), 텔레파시 등을 육감의 영역으로 취급하여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5(?) 여 년 전에 법정 스님이 천리안과 같은 체험을 글로 발표한 일이 있다. 괌도에 비행기가 추락하던 날의 체험이야기이다. 그 날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스님의 마음이 심하게 울렁거렸고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어서 나라에 무슨 변고가 생기겠다고 짐작을 했었는데 다음날 뉴스에 여객기 추락사고가 있었다는 체험담이다. 조금 초점이 흐려진 천리안의 예(例)이다.

지금은 하늘에 스파이 정찰 위성(첩보위성)이 떠서 24시간 지구의 곳곳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진짜 천리안이 떠 있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만리안(萬里眼)의 능력으로 아주 먼 거리에서 황해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군사정보전력 전문가가 아니어도 해외토픽 수준의 지식만으로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첩보 위성이 울산의 공업탑 로터리를 지나가는 시민의 모자 모양이 어떤 것인지 식별할 수 있는, 대략 15cm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천안함의 침몰 사고를 놓고 그 원인에 관해 추측성 보도와 가슴 아픈 가족들의 호소가 매일 온 나라의 시선을 집중 시키고 있다. 북한 잠수정 이야기가 추측과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시점에 국가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검증 받은 사실을 제시하며 천안함이 침몰하게 된 원인을 밝혀도 일부 특정 집단에서는 막무가내(莫無可奈)로 순진한 국민의 의구심만 증폭시킬 것이다.

조심스런 추측으로, 이런 추측도 해서는 안 되지만 현재 상황의 바른 인식과 앞으로의 행정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망상에 가까운 추측을 해본다. 군사전략상의 특급비밀에 속하는 일이어서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대통령끼리 50년 뒤에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약정하고, 미국이나 소련의 첩보위성에서 수집, 기록한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즉, 북한 잠수정들이 일정기간 항해한 경로, 의심스런 잠수정의 방향, 당연히 천안함과의 거리, 특히 잠수정에서 어뢰를 발사했다면, 또한 안 했다면 그러한 장면들을 사실(寫實)자료로 제시하는 것이다. 가끔 첩보영화에 나오는 첩보위성의 장면이다.

이런 자료 제시가 있어도 저들 특정 단체는 부정할 것이다. 인공위성의 달 착륙조차도 미국에서는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있지 않느냐고 대들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느긋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첫째가 진실에 터해서 국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이 자신들의 고유한 권한과 권위를 저버리고 아무 하고나 토론을 해서는 안 된다. 노파심에서 이런 판국이 악화되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모두가 국가의 권위도, 군인의 국방의무도 인정하지 않고 ‘나만 살겠다’는 ‘해방구’가 될 것이다. 다음은 꿀 먹은 벙어리 행세의 북한을 공식적으로 사실규명에 초청하는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저들은 거절 또는 무응답이겠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떳떳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돋보기가 앞을 예견하는 천리안이 되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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