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건강
담배와 건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4.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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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담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 16세기 초였다. 그 때 이미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시작됐었다. 그로부터 약 500년 후, 지금은 21세기.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21세기에서 담배의 유해성이 아직도 답보상태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세계적인 잡지사를 필두로 담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금연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등장 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1954년 담배를 생산하는 회사의 사장들은 “담배 산업 연구회”를 조직하여 앞으로는 연구자금을 돕는 척 하고 뒤로는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뒤통수를 쳤다.

그러자 담배에 대한 위해(危害)소송이 세계적으로 점화되었다. 우리나라도 담배가 법정에 섰다. 지난 2007년 1월 25일, 7년간이나 끌어오던 담배소송 제1심 재판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발암과 관련 있지만 개별적 입증이 안 돼 흡연 중독성 증거부족”이라며 담배(피고)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의학계조차도 담배는 술처럼 개인의 책임이며 공적책임이 없다는 편에 선다. 그러나 담배의 폐해는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 공공의 적(敵)임을 그들도 알고는 있다.

직접흡연의 폐해는 물론이지만 간접흡연의 폐해가 확인된 마당에 흡연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한다는 것은 ‘눈감고 아옹’하는 식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담배 연기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무려 4천종류에 달하지만, 해로운 성분이 인정된 것은 20분의1인 200종류다. 사람에게 가장 폐해를 주는 3대 성분을 꼽으라면 타르, 일산화탄소(CO), 니코틴이다.

타르(tar)란 우리말로 하면 담배의 ‘담뱃진’이다. 타르에는 니코틴을 비롯한 유해물질과 발암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벤조피렌, 아민류, 니트로소아민류(NNK)등이다. 이 밖에도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무려 60 종류 이상이다.

요즘에는 ‘저(低)-타르’ 담배가 판매되고 있는데, 저-타르담배는 오히려 혈액 속의 니코틴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더 깊이 빨아들인다. 신체가 빨아들이는 니코틴의 양은, 들여마시는 방법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저-타르 담배가 폐해가 적다는 것은 무리다.

일산화탄소(CO)는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기능을 방해하므로 조직에 산소가 결핍된다.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O2)의 200배나 높다. 따라서 일산화탄소가 있으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것이 일산화탄소 중독증이다.

일산화탄소는 담배의 연기에도 1%~3% 정도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일산화탄소는 니코틴, 타르와 함께 ‘담배의 3해(害)’로 불린다. 일산화탄소와 헤모글로빈이 결합된 상태의 체내 반감기가 3~4시간 정도이므로,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사람은 만성적인 산소 결핍 상태가 된다. 니코틴, 타르 등도 무섭지만 진짜 ‘저승사자’는 이 일산화탄소일지도 모른다.

니코틴은 담배를 흡입 한 후 약8초 만에 뇌에 도달, 쾌락을 수반하는 정신 효과가 나타난다. 이상하게도 우리들의 창조신은, 뇌로 들어가는 모든 물질을 검사하도록 뇌 관문을 설치해 두었다. 이 관문을 니코틴은 알코올과 함께 프리패스다.

니코틴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신경독성이 아주 강하다. 혈액 중의 니코틴은 중추신경에 있는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리셉터’와 결합 보수계로 불리는 신경회로에 작용하므로 마약을 투여한 것처럼 편안해 진다. 금연을 좀처럼 할 수 없는 것은 이 구조가 강한 약물의존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니코틴은 강한 혈관수축 작용도 있기 때문에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중독성도 강해 유아가 잘못해 담배를 먹으면 중독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몇 년 전 폐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TV에 나와서 눈물로 금연을 호소하던 코미디언 이주일 선생이 떠오른다.

/ 임자 건강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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