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私敎育)은 사교육(死敎育)이 아니다
사교육(私敎育)은 사교육(死敎育)이 아니다
  • 박문태 논설실장
  • 승인 2010.04.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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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 중의 하나에 ‘교육은 인간에게만 있는 본능의 하나 아닌가?’가 있다. 아직은 진화심리학이 여기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만 철학적 접근으로 추정하건데 인간의 정신적 기능의 진화로 다른 짐승들에게는 없는 ‘교육’이 인간에게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아프리카 사자, 치타 등이 새끼를 데리고 초원으로 나가 사냥하는 방법을 ‘교육시킨다’는 해설이 나오는데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조용하게 어미가 사냥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이 교육으로 성립 되려면 사냥하기 전에 어미가 새끼에게 어떤 준비태세를 시켜야 하고, 사냥을 마치고 난 뒤에 잘 한 점, 잘 못된 점을 복습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다음 사냥에서는 잘 못된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너희가 자라면 더 좋은 방식으로 사냥하도록 사냥하는 방법의 발전을 열어놓는 것이다. 거미의 거미줄 치는 행동이 유전인자에 의한 본능적 행동인 것처럼 사자가 사냥하는 것은 야생으로 살아가면서 나타나게 되어있는 본능적인 행동이지 교육에 의한 것은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이 사육한 사자와 태어나자마자 늑대들이 물어다 기른 사람에게서는 이런 본능들이 발현될 조건이 없었을 뿐이다. 사자에게는 날고기를 뜯어먹을 기회가 없었고, 사람에게는 제때에 걷고 말하기를 교육 받아야 할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를 놓쳤었다.

태고적 인간교육의 원형질은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는 가정교육이다. 지금도 교육의 참 모습은 가정교육에 있다. 이것을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아 국가발전을 위한 사회교육과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 나아가 십 여 년을 ‘학교’에 모아 놓고 가르치고 있다. 국가의 교육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교육을 형식교육이라고 하며 제도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비형식교육이라고 한다. 비형식교육의 으뜸이 가정교육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이 가정교사 교육이다.

옛날 서양에서는 귀족들의 자제를 가르치는 가정교사(tutor)가 있었다. 전문 실력과 덕망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극히 드물게, 고려, 조선시대에 왕자 정도나 이런 가정교사를 두었다. 현대에 들어와 5,60년 전에는 부잣집의 아들은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입주 가정교사를 하였다. 중학교 입학시험 때문이었다. 이것이 추첨으로 바뀌었어도 대학 입학시험이 그대로 있고, 학벌 위주의 우리나라 입시경쟁이 시험공부를 시켜야 하는 부모의 불안감을 겨냥하여 생겨난 것이 약 40 여 년 전부터 내려오는 학원(學院)이다. 가르치는 기술개발과 시장성으로 입시 학원이 번창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어도 많은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일부는 성공했다.

제도권의 형식교육을 공교육(公敎育)이라고 부르니까 이에 대비시켜 비형식교육을 사교육(私敎育)으로 지칭한다. 학원교육이 사교육(私敎育)인데 마치 사교육(死敎育)의 대표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현실을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특기·적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원교육은 목적을 달리하는 여러 형태의 ‘제 2 가정교육’이다.

각종 입시준비를 위한 학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원교육은 개인의 특기·적성(취업준비도 여기에 포함됨)을 개발하고 신장시키기 위한 학습활동으로 이루어진다. 학원교육을 ‘제 2 가정교육’이라고 하는 이유는 학원의 주목적인 특기·적성의 학습활동과 함께 일정 시간 어린이들을 돌보아주는 이중적인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모가 자녀들을 돌보아 줄 수 없을 때, 또는 부모의 전문성이 그 분야에 미치지 못하여, 근본적으로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듯이, 특기·적성 학원이 두 시간 또는 세 시간을 부모를 대신하여 맡아서 돌보아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돈이 들어간다는 데에 1차적인 고민이 있으나 무상급식을 외쳐대는 정치꾼들이 무상학원 교육도 생각해주어야 한다. 특기·적성 학원은 제2의 가정교육이기 때문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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