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 왕조의 영화

불가사의 유적 창조
크메르 왕조의 영화

불가사의 유적 창조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0.03.29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림속 방치됐던 사원들 세계 최고 가치
▲ 앙코르 유적의 대표사원 '앙코르와트'
캄보디아의 거대한 담수호 톤레삽호수 북쪽에는 씨엠립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는 인류 최대의 석조유적이 널려 있다. ‘앙코르와트’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이 유적은 802년부터 1220년까지 크메르왕조가 만들었다.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 유적은 1861년 프랑스의 인류학자 앙리 무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약 400년 동안 밀림에 묻혀 잠자고 있었다.

크메르 왕조는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톤레삽 호수변의 거대한 농경지가 왕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울창한 숲속에 도읍을 짓고 살았던 이들의 역사는 문헌으로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돌덩어리를 다듬어 섬세한 건축물을 지은 것은 미스터리다.

학자들은 밀림 속에 사원을 짓고 왕도를 건설한 크메르 왕조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분분한 학설들 가운데 가장 재미난 사실은 앙코르 유적의 지리학적 위치와 사원의 배치가 고대의 천문학적 이론에 근거해 세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해 본 결과 앙코르 사원들의 천문학적 위치는 기원전 1만500년경 춘분 때 용의 별자리를 그대로 반영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천문학적 배열을 앙코르 건축에 적용한 것은 지구와 우주의 행성들과이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어렵지만 과학적인 상상력이다. 실제로 이 이론을 제기한 학자들의 의견이 맞는다면 앙코르 왕조는 비록 밀림 속에 은거했지만 매우 앞선 과학적 기술력을 가졌을 것이다.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그들의 의식세계는 수많은 사원이 받든 신의 영역이었을 지도 모른다.

▲ 바이욘 사원

크메르 왕조가 500여 년 동안 이룬 거대한 유적은 태국의 강력한 왕조였던 아유타야에 정복당하면서 폐허로 방치되기 시작했다. 크메르인들은 톤레삽 호수의 남쪽 프놈펜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서 떠나버렸다. 프놈펜이 현재까지 캄보디아의 수도로 발달되면서 씨엠립은 오랫동안 잊혀진 채 사람의 손을 떠났다.

그 흔적은 바로 앙코르 유적 안의 ‘따 프롬’이라는 사원에서 찾을 수 있다. 거대한 수목의 뿌리가 성채를 무너뜨리는 현장을 고스란히 목격할 수 있다. 열대우림의 키 큰 나무 한 그루는 사원의 지붕을 덮었다. 거대한 뿌리는 지붕 꼭대기에서 뻗어나와 사원 한 귀퉁이 작은 방 전체를 덮어버렸다. ‘따 프롬’의 이 광경은 인간의 문명이 아무리 찬란해도 결국은 자연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한다.

앙코르 유적군의 대표적인 사원은 ‘앙코르와트’이며 힌두사원이다. 힌두교 세계관 담아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는다. 이 사원은 앙코르 유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원답게 두 줄이나 되는 긴 회랑의 조각을 감상하며 정중앙 사원까지 걸으면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회랑에 새겨진 섬세한 부조는 모양뿐 아니라 힌두 설화를 형상화해 뒀다. 그러므로 ‘앙코르와트’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힌두교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또 다른 유적 ‘앙코르톰’은 ‘거대한 도성’이라는 뜻을 가진 앙코르 왕국 마지막 수도다. 앙코르톰을 건설한 자야바르만 7세는 크메르 왕조의 첫 불교 신자다. 불법에 의한 국가 통치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앙코르톰은 앙코르와트 사원과 전혀 다른 색채를 띠며 도시의 중심에 집채보다 큰 부처님 상호가 새겨진 ‘바이욘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 톤레삽 호수의 보트피플 아이들.

씨엠립을 감싸고 있는 톤레삽 호수는 시내에서 약 6km 떨어져 있다. 건기에는 면적이 3천㎢지만 우기에는 메콩강의 물이 역류하기 때문에 평소의 3배나 되는 9천㎢까지 넓어진다. 바다가 충적작용으로 육지화되면서 그중 일부가 남아 호수가 됐다. 이 호수에서 잡히는 담수어의 어획량이 많아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지금 톤레삽 호수 주변은 사람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간다. 물론 이들의 생업은 고기잡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베트남 말기에 고국을 떠난 보트피플이 새로운 터를 잡고 살아간다.

메콩강 중류의 거대한 앙코르 유적은 톤레삽 호수가 던져준 선물이다. 그러나 과거 크메르 왕조의 영화와는 반대로 캄보디아는 오랜 시간 내전에 시달렸고 아직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톤레삽 호수의 초등학교.

처음가는 그곳, 이렇게 가세요

캄보디아 씨엠립까지 직항편 운항중

우리나라에서 캄보디아 씨엠립까지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 소요된다. 씨엠립 시내에서 앙코르 유적지까지는 10여 분이 소요된다.

육로로 가기 위해서는 방콕에서 캄보디아 국경도시인 아난야프라뎃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캄보디아쪽 국경도시 포이펫으로 건너가 씨엠립까지 가는 교통을 이용한다. 방콕에서 국경까지는 4시간 소요되고, 국경에서 씨엠립까지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앙코르유적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택시나 오토바이를 대절해야 하며 방문일자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다.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등급의 숙소가 즐비하며 각국의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이 있다. 캄보디아 화폐와 달러, 태국 바트화가 통용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