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목장의 결투
울주 목장의 결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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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지역에서 교육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한 결 같이 ‘지역구가 너무 넓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며 혀를 내 두른다. 전체면적이 754.93km²로 서울 보다 약 105km²나 더 넓으니 그럴 만도 하다. 넓은 만큼 지역이 갖는 정치적 성향도 복잡하다.

8·15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개된 각종 선거를 분석해 보면 이 지역은 주로 3개 정치권역으로 분류된다. 범서를 비롯한 두동·두서 동부권, 언양을 정점으로 상북· 삼남·삼동을 잇는 언양권 그리고 서생·온양·온산을 묶는 남부권이 그것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울주군 지역에 많은 후보가 나서는 것도 이런 다양한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또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울주군 선거는 항상 ‘마지막 투표함을 깨 봐야 안다’고 할 정도로 시소게임을 벌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범서 지역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사람이 남부지역권 투표함 개표 당시에는 열세를 면치 못하다가 범서에서 몰표가 나와 극적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경우도 그 한 예다. 그 만큼 울주군은 지역 특성과 그에 따른 정치적 성향이 까다로운 곳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한 해 동안 울산 북구와 양산 재선거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았다. 여당이 지역 유권자의 정서와 배치되는 후보를 공천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결말 되는가를 익히 알게 됐다. 4·29 울산북구 재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에게 패한 요인은 당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수헌 후보를 끌어안지 못한 결과였다. 선거가 끝 난 뒤 사석에서 만난 야권 관계자도“ 만일 김수헌 씨가 여당 공천을 받았으면 간발의 차이로 조 후보가 패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 한적이 있다. 박대동 후보의 득표율 41.4%보다 7.8% 많은 49%를 얻어 당선 된 조승수 후보에게 김수헌 후보의 지지표 9.4%는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였음은 틀림없다. 당시 전략 공천을 받아 출마한 여당 후보는 지역 유권자의 벽을 허물지 못해 결국 고배를 마신 셈이다.

지난해 10월28일 실시된 양산 재선거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울산 재선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임 여당 대표가 박빙의 차이로 당선됐다 것 정도다.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양산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후보공천을 두고 빚어진 지구당 내의 갈등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가 공식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그 지역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는 ‘박희태 비토(veto)’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양산 사람이 아니란 것과 지역민의 정서와 배치되는 전략공천을 중앙당이 밀어 붙인데 대한 반감이 주된 원인 이었다. 당시 양산 유권자들 사이에선 지역에서 오래 동안 한나라당에 몸 담아왔던 김양수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박희태 후보가 중당당 공천을 받아 양산 재선거에 나서자 친 여권 성향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 그 결과 박 후보는 38.13%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송인배 후보의 34.5%보다 4% 많은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그 것도 울산 지역 정치권이 엄호하는 가운데 여당 대표가 직접 지원사격에 나선 결과다.

지금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울주군 지방선거에서 위험한 ‘게임’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도 ‘제 식구 감싸 안기’로 정평이 나 있는 울주군 지역에서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 울주군 각 정치권역을 배경으로 울주 군수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4명의 ‘제2 김수헌, 김양수’ 앞에 ‘전략카드’를 내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아직 단언하긴 이르지만 만일 울산 한나라당이 지난해 재선거에서처럼 이번 울주군수 선거에서도 전략공천을 꾀한다면 이번엔 야당이 아니라 무소속 연대와 한판승부를 가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례로 볼 때 이 결투가 결코 쉽지만은 아닐 것임이 분명하다.

/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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