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궁금증
술에 대한 궁금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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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딱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한 병을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또, 백인과 흑인은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데, 황인종은 얼굴이 붉어진다. 이유가 뭘까?

우리가 마신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혈관을 통해 간장으로 운반된다. 간장에 운반된 술(C2H5OH)은 먼저 아세트알데히드(CH3CHO)로 분해되고, 다음에는 식초산(CH3COOH)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H2O)과 탄산가스(CO2)로 분해된다.

술에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은, 이 2번째 단계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알데히드-디 히드로게나아제)라는 효소의 분해력에 있는 것이다.

이 ALDH효소는 517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다. 이 중 487번째 아미노산의 염기배열에 따라 3개 타입으로 나눈다.

즉 구아닌(Guanine)을 2개 가지고 있는 GG타입과, 구아닌의 하나가 아데닌(Adenine)으로 대치된 AG타입, 2개 모두 아데닌으로 대치된 AA타입이 있다.

GG타입의 알코올 분해력을 100%로 가정 했을 때, AG타입의 분해력은 겨우 6% 밖에 되지 않으며, AA타입은 분해력이 제로다.

따라서 GG타입은 술에 강하고, AG타입은 술에 약하며, AA타입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한다. 즉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ALGH의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술에 강한 사람과, 술에 약한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G타입과 AA타입은 황인종에게만 있고, GG타입은 백인종과 흑인종에만 있다.

왜 그럴까?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라는 것이 정설이다. 현생 인류는 20~3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약 10~12만 년 전에 중근동으로, 또 5~7만 년 전에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했다.

최초의 인간이 가진 이 효소(ALDH)의 유전자는 모두 술에 강한 GG타입이었지만, 아시아에 정착한 원주민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50%정도는 GG타입, 45% 정도가 GA타입, 약 5%가 AA타입으로 발현했던 것이다.

GG타입이나 AG, AA타입 모두, 과음은 결국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으로 여러 가지의 병인(病因)이 되고 있다.

술에 강한 GG타입은 지방간 환자가 많고, 술에 약한 AG와 AA타입은 구강암, 식도암, 인두암 등의 환자가 많다. 2005년의 일본 후생성의 조사에서는, 남자에게 발생한 암 전체의 약13%가 매주 300cc 이상의 음주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알코올의 혈중농도가 0.05%이면 취한 상태, 이 혈중 농도는 우리나라 음주운전의 기준이 된다. 혈중농도가 0.1%이면 똑 바로 걷지 못하며, 0.2%이면 똑 바로 서 있지 못한다. 0.3%에는 의식을 잃고, 0.4%가 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사망한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 성분은 일정한 대사를 거쳐 일부는 뇌로 들어가는데, 이 길목엔 뇌내 관문이라는 검문소가 있다. 이곳을 지나는 모든 영양성분은, 양부(良否)검사를 받고 들어가지만, 알코올 성분만은 프리패스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곧바로 뇌로 들어가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중추신경의 마비에 의해 이성을 잃게 되므로, 술을 많이 마시면, 자제심을 잃게 된다. 따라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범죄 행위를 예사로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과음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움을 준다. 습관성 음주는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화, 알코올성 위염, 알코올성 췌장염, 알코올성 심근증, 식도열상 등, 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쉽다. 건강한 음주 문화가 아쉬운 환경이다.

/ 임자 건강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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