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항구다
울산은 항구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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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에 있는 모 여자고등학교 3학년 두 학급을 대상으로 울산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해 보고 낭패감을 느꼈다. 울산은 고래도시, 항구도시, 문화도시, 산업도시 중 어느 것에 속하느냐는 질문에 정원이 38명인 A 학급은 15명이 산업도시라고 대답했고 8명은 고래도시라고 응답했다. 항구도시나 문화도시라고 말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정원이 40명인 B반에서 알아 봤더니 22명이 산업도시라고 말했고 10명은 고래도시라고 대답했다. 이반에서도 항구도시와 문화도시란 대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울산이 항구라는 사실을 가끔 잊고 살 때가 있다. 동구와 북구를 넘어 시내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마치 내륙 어느 분지에 닿아 있는 듯 착각하기도 한다. 더욱이 생활 속에 접어들면 항구도시란 생각은 완전히 지워진다. 그러나 울산은 항구다. 신라시대는 국제항이었고 고려와 조선시대는 일본과 연결되는 무역항이자 군항(軍港) 이었다. 아직까지도 울산은 항구도시다.

공단과 산업체들이 잠시 착시현상을 빚게 하고 있을 뿐 그 또한 이곳이 항구이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당장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그리고 석유화학 기업들이 울산에 설립된 것은 바다를 통한 수송 수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최일학 울산상의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울산의 성장 여력은 어디서 찾아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항구”라고 대답했다. 울산항만을 잘 이용해야 현재의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울산 시내에 ‘노랑머리, 빨강머리, 까만머리’가 누비고 다녀야 한다고도 했다.

이채익 울산 항만공사 사장은 울산항 이야기만 나오면 ‘세계 최고의 물류 항’이란 단어를 빼놓지 않는다. 동시에 울산항이 북한, 중국 동북3성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항구와 언젠가는 연결될 것이란 주장을 거듭한다. 이 사장은 울산 항만공사가 북한 나선항, 청진항, 원산항 중 한 곳을 물류항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할 정도로 울산항에 울산의 미래를 걸고 있다.

그러나‘울산이 앞으로 먹고 살 길은 항구를 이용한 방법 밖에 없다’고 단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서근태 울산발전 연구원장이다.

서 원장의 설명은 보다 구체적이다. 중국 동북3성이 북한의 나진 선봉지구로 나오면 한국에 연결될 수 있는 항구는 울산 밖에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를 통해 유럽 쪽으로 자동차, 기계류를 수출할 수 있는 출발지는 울산항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러시아 연해주 지방에서 임차한 농토에 대량의 곡물을 경작해 국내로 수송해 올 수 있는 항구는 울산이란 말도 빠트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울산항은 고독하다. 지자체도 정부도 울산항에 투자하는데 인색하다. 오히려 항만의 기능을 다른 곳과 비교해 항만공사를 없애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는 정부기관도 있다. 가까운 부산으로 물건을 실어가면 되는데 울산항에 구태여 선착장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울산항이 항구가 아니라 산업물류 수송 부두쯤으로 치부해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도 좋고 2차 전지 산업도 추진해야겠지만 울산은 항구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개발해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울산항이 국제 무역항이었던 시절로 회귀하는데 필요한 것은 정부시책도 아니고 예산도 아니다. 지지자체의 관심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울산을 다시 국제항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안 몇 개쯤은 몇 가지 내 놓는게 좋지 않을까.

/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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