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에서 담배 피면 벌금을 물려야
문수산에서 담배 피면 벌금을 물려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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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문수산, 사방에서 보아도 山 모양으로 보이는 명산이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다시 살펴볼 산이다. 산불 나지 않게 시민 모두가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영감님, 그렇게 담배 피시다가 산불 나면 큰 일 납니다.” 나지막한 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뭐라꼬요?” 말을 못 들은 것 같아 조금 크게 다시 말했다. “젊은 애들이 영감님처럼 산에서 담배 피면 피우지 말라고 가르치셔야 합니다.” “뭐라꼬요?” 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홱 뱉으며 하는 말이, “보소! 여기 불납니까?” 하며 오솔길에 떨어진 담배를 가리키고,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데, 나를 보고 호통을 친다. 영감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르며 금방 지팡이로 후려칠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그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다시피 현장을 피해버렸다. 천만 다행으로 엊그제 비가 왔고 지금까지 문수산에서 불이 나지 않았다. 그 영감님이 등산화 발로 담배 불을 비벼 껐던지 아니면 다시 주워 갔던지 했나보다. 어떻든 불이 날 수도 있었던 것을 예방한 셈이다.

그날 아침 7시경, 울산과학대 후문으로 문수산에 오르는 길에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매일 배드민턴 치러 새벽에 나오는 동네 어른들(대개 70세 전후)은 열 분 정도 된다. 한적한 이 길에 70세가 넘어 보이는 영감님이 입에 담배를 물고 하산 하고 있었으니 배드민턴 치던 어른들도 이 영감님을 보았겠지만 짐작하건데 아무도 담뱃불을 끄라고 충고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심각한 문제는 ‘남의 일에 상관 말라’는 여기에 있다. 이런 일을 두고 바른 소리를 하면 융통성이 없는 사람, 답답한 사람, 꼴통 샌님이라고 몰아 부친다.

조직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아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가 깨지고 피가 철철 흐를 때, 회사에서는 어느 직원이 회사 공금을 빼돌려 부도나기 일보 직전 일 때, 공장에서는 작업실에서 금방 불이 났을 때, 노사 협정이 결렬되고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었을 때, 이런 일에 가장 먼저 응급조치,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도 대증적 처치를 잘 하면 순발력 있고, 따라서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차선책(次善策)이다. 최선책(最善策)은 이런 사고의 예방에 있다. 신(神)이 아닌 우리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적인 것은 사고를 예방했기 때문에 생기는 이득을 계산할 수 없는 점이다. 따라서 그런 공(功)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있을 때는 아무 일 없다가 그 사람이 떠난 뒤에 여러 종류의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평소에 관찰력이 뛰어난 조직의 상사, 또는 그와 함께 일했던 조직원이 ‘아,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었구나!’라고 후회한다. 서울의 오랜 전통이 있는 J여고의 ‘지금은 떠나버린 H교장’ 일화가 좋은 예가 된다. 그 교장이 있을 때는 학교가 얼마나 안정되고 면학 분위기였는지 모르고 있다가 그가 떠난 뒤에 그가 하던 일이 정도(正道)이었고 예방책이었음을 알았을 때, 남아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후회이다.

울산의 문수산, 사방에서 보아도 山 모양으로 보이는 명산이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다시 살펴볼 산이다. 산불 나지 않게 시민 모두가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어디 함부로 문수산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가? 크게 벌금을 물려야 한다. 화기 소지 금지를 국립공원에만 적용할 일이 아니다. 하여간 그 영감님, 산신령한테서 혼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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