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의 기본 상식을 바로 잡아야
울산 시민의 기본 상식을 바로 잡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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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모 일간지의 스포츠 기자였던 사람이 다른 일간지의 편집국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지난 과거를 술회한 일이 있다. 자신의 주 종목 운동 외에 선친이 물려준 상당히 많은 책을 스스로 읽어 교양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많이 읽었던 책 중에 감명 깊게 읽어 지금도 기억나는 책으로 ‘만년샤쓰’가 있다고 했다. 소파 방정환이 지은 동화책이다.

그가 편집국장으로서 자신의 편집 방침을 밝힌 일이 있다. ‘신문의 기사는 정거장의 지게꾼도 대합실의 바닥에 신문을 펼쳐놓고 읽을 수 있게 쉽게 써야 해. X도 모르는 XX들이 지도 모르는 말을 지껄인단 말이야. 저 잘난 척하는 글을 사전 펼쳐가면서 어느 독자가 읽으란 말이야’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외국의 유명 일간지 편집국장도 초등학교 4학년만 마쳤어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기사를 써야한다고 한 일이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신문이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능들은 신문·방송학에서 체계적으로 다루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다만 지식의 전달이라는 기능이 교육학에서, 구체적으로 교육과정(敎育課程) 영역에서 연구하는 분야이므로 신문의 지식 전달 기능을 검토한다.

지식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으로는 주어진 지식이 명제적(선언적) 지식이냐 방법적 지식이냐로 분류하는 것이다. ‘울산의 인구가 약 백 십만 명이다.’는 지식은 명제적 지식이고, 그런 통계를 뽑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방법적 지식이다. 기독교에서는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명제적 지식과 생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방법적 지식의 차이를 가르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는 두 가지 지식을 충실하게 가르쳐야 함을 말하고 있으나 명제적 지식은 교육의 결과적인 것으로, 방법적 지식은 과정적(過程的)인 것으로 지식의 구조파악(지혜)을 더 강조하고 있다.

울산에 살면서 울산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명제적 지식은 그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조선시대 울산에 입향(入鄕)하여 대대로 왜구들과 싸우며 살아오다가 새로운 공업도시로 발전하며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국졸 학력만으로도 일자리가 주어지는 공업도시 열풍으로 전국에서 울산으로 이사 와 일한만큼 벌어서 살아가는 모습과는 살아가는 방법적인 지식에서도 상당히 다르다.

그러면서도 서로 공유해야 할 명제적 지식이 크게는 대한민국 국민, 더 크게는 극동문화권(極東文化圈)에서 살면서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종사(宗師)와 같은 공맹(孔孟), 노장(老莊) 등의 종사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어설픈 아동의 흥미중심교육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권의 기본틀이 전국적으로 무너져버렸다. 갑자기 인구가 팽창하면서 서로가 뿌리를 모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생활이 되어버린 울산이 더 그랬다.

007의 첩보원이 쫓기면서도 길을 건너는 할머니가 도움을 청하니까 꼼짝 못하고 도와주는 장면은 그들 구미문화권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울산에서는 교통신호를 위반하여 내 차와 접촉사고를 낼 뻔한 차량에 다가가 주의를 주려는데 운전하던 젊은이가 ‘교수님이야…’라고 말하는데도 그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가 ‘야, 너 뭐야? 너나 교통규칙 지켜!’ 해버리니 인의예지(仁義禮智)는 교동의 향교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공유할 명제적 지식이 아니다.

교육과정의 지방화는 바로 이런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맞추어 교육내용의 선정과 체계적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으로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허세부리는 사람을 ‘울산 시민이라면 최소한 이런 태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의 공감대를 기본 상식으로 여기도록 신문이 쉽게 깨우쳐주어야 한다.

우선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들부터 별도의 연간계획을 수립하여 시민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우리가 울산 시민으로서 기본상식도 갖추지 않으면서 울산문화를 허세부리기로 이끌어 가서는 안 된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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