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약학박사 이야기
두 약학박사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3.08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서울 반포아파트 한 장소에서 35년째 살고 있다. 지금부터 수년전의 일화이지만 필자에게 잊을 수가 없는 일이 있다.

반포에서 약방을 운영하는 고려약국의 김 박사는 약학박사다. 전남에서 유수한 대학을 졸업했다. 필자와는 비슷한 나이에다 전공이 유사한 건강분야다. 그래서 막역했다.

어느 겨울날 감기약을 사기 위해 약방문을 열었다.

“김 박사! 안녕하시오? 제가 감기가 걸렸소!”

“아 그래요!”

(명패를 보며) “박사 학위를 받았으면 제약회사를 차리지 왜 약방을 해요?”

“나는 개 박사요!”

(언짢은 말투로) “개 박사라니요?”

(또)“나는 개 박사요!”

(얼굴을 붉히며)“농담도 지나치십니다!”

“농담이 아니고 나는 진짜 개 박사요!”

(화가 나서) “거 무슨 말씀이오, 스스로 개 박사라니요!”

(김 박사가 이 때 약제실에서 나오면서 약을 건네준다)

“실은 내가 개 박사라 하는 것은, 진짜로 개 한 마리로 실험했기 때문이오! 단 1 마리의 개로 박사를 취득했다 이 말이오! 학위를 그렇게 받았으니 될 말이오!”(그러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때 필자도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가 어떤 경위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지 고충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러나 영업하는 이상 그런 말은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마세요! 사람에게 위선(僞善)이 없다면 세상이 굴러갈 수 없을 것이오! 수고하세요!”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돌아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 후 약방을 방문했을 때는, 약학박사 김○○라는 자개로 만든 명패를 볼 수 없었다.

또 한 사람. 이번에는 약학박사 권(權)박사 이야기다.

권 박사는 필자가 현재 살고 있는 강동의 정자 부근에 K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감기가 걸려 감기약인 <판콜>을 사러 약국에 들어갔다.

“판콜 1박스 주세요.”

“1박스는 안됩니다. 1병만 사가세요.”

(약간 당황한 태도로)“왜 안 되는 데요?”

“한 병 이상 팔수 없습니다.”

“왜 그런데요?” 재차 다그치자 그 옆에 있던 부인이 1박스 내 주었다.

(그런데 필자가 돌아 나오려는 찰라 권 박사의 명패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돌아서서)

“권 박사님의 명패가 보이지 않습니다.”

(권박사가 조금 퉁명스레 말했다) “명패를 치웠습니다.”

“아니, 박사님! 명패를 치우다니요!”

(그때 권 박사의 부인이 안쪽에서 여기 있습니다, 하고 안쪽의 책상 위에서 필자에게 들어 보였다.)

“명패가 잘 보이도록 이 앞에다 내 놓으시지요.”

“앞에다 못 놓게 합니다.”

“왜요?”

(그때 권 박사가 사모님의 말을 막고는)

“앞에 놓기가 민망스러워 숨겨 두었습니다.”

“아니! 박사명패가 민망하다니요?”

(그때 노벨상 정도라도 받아야 앞에 두겠습니까! 하려다가 참고)

“이곳은 약국이 아닙니까! 약국은 영업장입니다. 약국을 찾는 손님에게 정직하게 자기 신분을 알리는 것도 서비스라 생각합니다. 꼭 앞에다 놓아두십시오!”

필자가 돌아서 나오는데 밖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세상에는 박사학위를 돈으로 사기도 해서 자신을 PR 하는데, 진짜 박사학위를 취득해 놓고도 명패를 숨겨두는 사람도 있으니,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박사님이 있다!!

/ 임자 건강과학연구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