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철새?
당신도 철새?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0.03.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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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텃새’에 맞서는 ‘철새’라는 낱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해하기 쉽게 ‘정치철새’란 한마디의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대충 세 갈래의 철새로 나눌 수도 있다.

가장 부정적인 경우는 ‘선거꾼’으로도 불리는 떠돌이 형 ‘선거철새’다. ‘돈 좀 될 만한’ 선거캠프를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교언영색으로 호리기도 하고 때론 으름장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번 울산시교육감선거 때 선거라고는 난생처음이었던 선비형 E후보가 출마 한 번 잘못 했다가 자존심을 구길 대로 다 구기고 선거비용으로 수십억을 날렸다는 뒷소문이 선관위 간부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파다했었다. 그 이면에는 이름 대면 대충 알 만한 선거꾼의 치밀한 농간이 숨어있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때 모 정당 대선후보 당내경선 과정에서 S후보 지지를 자원했던 전직 단체장 L씨는 얼마 전, 돈을 요구하며 떼를 쓰던 선거꾼들을 따돌리느라 마음고생깨나 했다는 일화를 전하고는 혀를 찼다. “그런 양반들, 내보내고 나면 다른 캠프 찾아가서 똑같은 짓 되풀이할 것 아니겠어요?”

다른 한 그룹은 선거기간 동안 후보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캠프철새’다. 지난번 교육감선거 때 C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중요한 일을 맡아 보았던 X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장후보로 출마하는 D후보의 선거캠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노라 희색만면이다.

이 경우, 후보의 정치철학이나 소속정당은 가릴 계제가 못 된다. 조직관리든 자금동원이든 문장표현이든 자신의 역량을 알아주고 필요로 하고 그 대가를 섭섭잖게 지급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노릇 아닌가. 어찌 보면 ‘생계형 부역’인지라 만일 내가 그를 도와주지 못한다면 감히 그를 향해 감히 손가락질할 처지도 못된다. ‘그 남자의 사는 법’이니까.

재미난 것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캠프철새’들 사이에 때로는 격의 없는 교신도 곧잘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절대적 대외비 사항일 수도 있는 홍보수단의 규모, 선거비용의 크기까지도 이야기해 가며 서로의 행운, 불운을 논하기도 한다.

‘캠프철새’가 ‘선거철새’와 구분되는 점은 후자가 ‘뜨내기’ 형이고 쓸모가 적은 편이라면 전자는 한시적이나마 ‘붙박이’ 형이요 어떤 의미의 전문가로도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갈래의 철새 중에 마지막 하나는, 오로지 출마의 꿈에 부풀어 옮겨 다니기를 좋아하는 소위 ‘정치철새’ 그룹이다. 당이 쪼개져서 그런 경우야 불가항력에 속하는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도 아니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여와 야라는 간판 따위는 개의치 않고 수월하게 당적을 바꿔 가며 정치적 줄타기를 감행하는 이면에는 ‘국리민복’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개인적 야망을 더 중시하는 이기심이 도사려 있기 십상이다. 그런 부류의 인사들을 혹자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으로 부르기를 즐긴다.

D-90. 앞으로 90일 남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또 한 번 여러 무리의 철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해마다 철 따라 태화강을 찾아오는 철새라고 모두 다 조류독감의 병원균을 옮겨오는 것은 아니듯이 ‘정치철새’라고 죄다 도매금으로 비아냥거릴 노릇은 못된다. 혹여 그들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 신성한 한 표 한 표를 더럽히게 되지나 않을지, 바로 그 점이 염려된다.

/ 김정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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