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대지 적시는 ‘어머니의 강’
인도차이나 대지 적시는 ‘어머니의 강’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0.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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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나라 국경 통과 4000㎞

수력발전 등 잠재자원 신개발지

 

아시아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더 이상 잠자고 있는 은둔의 대륙이 아니다. 21세기 후반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대이동할 것이라는 짐작은 보편화 되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약진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세 서양의 역사가 암흑기로 접어들 무렵 역사의 중심이 아시아에 있었던 것처럼 향후 아시아가 주도해 나갈 세계사의 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가 밟은 아시아 대륙의 이모저모를 엮는다. 기지개 켜는 아시아의 생동감을 사람 냄새나는 현장과 함께 생생하게 전한다. <편집자주>

메콩강은 각 나라의 국토를 적시고 흐르면서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바꿔 불린다. 중국 칭하이성(靑海省)과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여러 갈래의 물길이 티베트의 서부 창두(昌都)에 이르러 합류하면서 비로소 강의 형태를 갖추고 메콩강의 최상류를 이룬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란창강(瀾滄江)’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란창강은 윈난성(雲南省)으로 남류하면서 쌀문화의 원조라고 일컫는 운귀고원(雲貴高原)의 광대한 평야지대를 형성한다. 상류에서 몰고 내려오는 다량의 무기질이 포함된 비옥한 황토와 풍부한 수량이 세계 최초의 쌀생산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지금도 운귀고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농부들은 란창강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고 연명한다.

란창강이 윈난성을 벗어나면 드디어 인도차이나에 닿는다. 세계 최대의 마약재배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관통하면서 태국, 라오스, 미얀마 3개국의 국경과 맞닿아 흐른다. 이 때 란창강은 ‘메남콩’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인도차이나 지역의 언어로 ‘메’는 ‘어머니’를, ‘남’은 ‘물’을 의미하므로 ‘어머니의 강 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인도차이나에서 메남콩은 강의 이름처럼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태국과 캄보디아와 접한 국경선을 따라 1천500km의 장정을 거치면서 군사적,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고도 ‘루앙프라방’은 메남콩의 풍부한 수량과 전략적 경계를 배경으로 중세의 번영을 누렸고 조형적으로 세계 최상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불교유적들을 만들어냈다. 메남콩 유역의 무논(水沓)에서 생산된 풍부한 식량과 과일이 그들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이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 메남콩이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엔에 가까이 이르면 수량이 풍부해져 수력발전의 동력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우건설이 메남콩의 수력을 이용해 ‘남능댐 수력발전소’를 만들었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대부분 태국의 동부 이싼지역으로 수출된다.

메남콩이 캄보디아로 건너가면 강물은 더욱 불어난다. 특히 우기가 되면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좁은 수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강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바다처럼 너른 담수호를 만들었다. 그 호수가 ‘톤레삽 호수’다. 톤레삽은 풍부한 어종과 부존자원으로 앙코르 왕조의 영화를 누리게 했다. 톤레삽 호수의 북부지역은 깊은 밀림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밀림에 묻혀 500년이나 잠들었다가 20세기 초에 발견된 ‘앙코르 유적’은 세계 최대의 석조유물군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메남콩이 하류에 이르면 흐름이 완만해지고 아홉 갈래의 작은 강으로 나눠 흐르면서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인 메콩델타를 이룬다. 이때의 이름은 ‘구룡강(九龍江)’이다. 구룡강은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 외곽에 거대한 삼각주를 형성해 수산업과 농업이 융성하게 했고 현대에는 강을 끼고 형성된 밀림을 탐방하는 관광산업을 번성하게 했다.

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강의 통칭인 메콩강은 영어식 이름이다. 총 길이가 4천20km에 이른다. 강의 유역은 총 80만㎢나 된다.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강이다. 메콩강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강들과 마찬가지로 계절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기인 3∼5월에는 최저 수위를 나타내고, 남서 계절풍이 불어오는 우기에는 수량이 대폭 증가한다.

메콩강은 인도차이나 교통과 생활의 대동맥이다. 베트남에서는 종횡으로 수로가 건설돼 불가분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

메콩강이 반출하는 황토진흙은 연간 10억t에 이른다. 상류로부터 급류에 휩쓸려 내려온 황토는 하구의 삼각주를 비정상적으로 키웠고 타이만(灣)의 수심이 얕아져 어류에 영향을 줄 정도다.

1957년 유엔 극동경제위원회(ECAFE)가 메콩강 개발을 추진해 세계 각국의 기술과 경제원조로 지류에 여러 개의 댐을 건설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0년대부터 ‘메콩강개발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메콩강 유역의 각국들의 수력발전 개발, 용수 공급시설 건설 등 방대한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각국의 국가체제가 각양각색이어서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콩강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다. 윈난성의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각 민족의 고유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인도차이나 반도에 이르러서는 열대우림의 풍성한 산물과 융성한 종교문화를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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