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것이 본 모습인가
은행권 이것이 본 모습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2.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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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일 먼저 ‘손을 본 곳’이 바로 은행권이다. 박 대통령이 전방 부대 사단장 시절, 집에 한 번씩 들릴 때 마다 이웃에 사는 은행원과 자신을 여러 번 비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느라 여름휴가는 고사하고 상여금이란 것 조차 받아 본 적이 없는데 1950년대 말 무렵 시중 은행원들은 여름 보너스를 받아 간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는 말이 있다.

그 당시 국내에 변변한 기업이 없었던 만큼 은행권은 주로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하는 형태를 취했다. 당연히 서민들에게 은행권 문턱은 하늘처럼 높아 사업자금이 필요한 소상인들은 담당자와 검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부터 소위 ‘꺽기’ 같은 은행대출에 따른 부조리가 사실 상 싹 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그 방식만 변했을 뿐 은행권이 서민을 대하는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울산 북구출신 조승수 국회의원이 지난해10월 국회에서 금융 감독원장에게 기한이익상실로 은행권이 챙긴 부당이익을 전액 고객에게 돌려 줄 것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었다. 그리고 11월 정기국회에서 금융감독원장은 문제 해결을 약속했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기한이익상실과 관련해 12개 시중은행들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03만 5천 건의 대출에 대해 125억 4천만 원의 부당 연체이자를 더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금감원은 과다 부당 징수한 이자를 올 6월까지 해당 고객에게 돌려주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기한이익 상실이란 게 뭐 길래 5년간 103만 건이나 비리가 저질러졌고 챙겨간 돈이 125억 이란 말인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이 토요일에 이자를 납부해야 할 경우 공휴일이 지난 다음 월요일을 납입 날짜로 계상하고 하루가 더 지난 화요일부터 연체이자를 적용해야 하지만 12개 시중 은행들은 토요일 다음날인 일요일부터 고율의 연체이자를 적용해 5년간 125억 원 이상을 부당하게 챙겨 갔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이렇게 장기간 동안 부당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부도덕성 때문이다. 이자를 제 때에 납입하지 못했다면 대부분 그 대출자들은 영세 서민들 일 것이다. 그들은 이런 ‘기한 이익상실’이란 규정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행여 알았다 하더라도 돈을 빌려 쓰는 입장에서 가타부타 따질 입장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일부 은행권은 이런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거액의 부당 연체이자를 취했음이 드러났다. 연체이자를 통해 이런 거액을 챙길 수 있는데 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울산지역에 있는 모 지방 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고객의 신용정도가 낮으면 대출 이자율을 연 14%라는 고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연체 이자는 가히 사 금융에 버금가는 21%를 적용한다. 단 하루만 이자를 연체해도 그 이자의 21%를 덧 붙여 받아 간다는 이야기다.

연체 이자를 징수하는 방법도 은행권에 편리에 따라 달라진다. 분기별, 연말계산을 할 때는 은행으로부터 독촉이 빈번하다. 심지어 일부 은행권은 이자를 계속 연체할 경우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겠다는 반 엄포도 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런 기간이 아니면 이자 납입 날짜를 넘겨도 그대로 방치한다고 한다.

좀 더 상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금감원에서 흘러나온 소식에 의하면 울산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은행권에선 이런 관행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이런 행태가 부지불식간에 저질러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금융감독원 통로를 통해서라도 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하면 사실 여부가 확인 될 것이다.

/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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