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2.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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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아니 대한민국에 돋보기만 못한 정치인이 없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의 문제로 정치판이 어수선하기 때문에 사람을 찾으며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니까 조심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은 ‘독자 여러분,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이 나도 이런 의견이 있습니다.’를 가정(假定)하고 글을 쓴다. 하나의 사태(event)를 놓고 보는 각도가 다를 수 있고, 자세히 파고드는 깊이가 다를 수도 있고, 기준을 과거에 두느냐 미래에 두느냐 또는 현재 진행형에 두어 의견을 제시 하느냐로 다양해야 하는 것의 하나가 칼럼의 내용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의견들을 가지치기 방식(배추다듬기 모습)으로 묶어서 정리하면 보다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본래 심리학에서는 여러 느낌을 놓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올라가는 방식)을 놓고 이들 각자 의견의 구성요소를 하위로 분석, 나열해놓고 공통점이 조금이라도 많은 쪽으로 묶어 내는 방식을 따를 수 있다. 흔한 말로 ‘결론은 무엇이오?’가 가지치기의 끝이다. 예를 들면 수 십 장의 색종이를 흩어 놓고 무지개의 7가지 색으로 묶는다든지, 3원색으로 묶는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런 가지치기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처리하면 최소한의 객관성은 보장된다. 세종시에 관한 문제를 여론조사로 정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여론조사의 문항작성 테크닉부터 통계적 처리 방법과 결과 해석에까지 정치판에서는 신뢰구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판의 전문보좌관, 구체적으로 국회의원들의 보좌관이 하는 일에는 과학적 방법에 의한 정책개발과 합리적인 시행보다는 그들이 모시고 있는 ‘의원님’의 비위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제일 중요한 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규모 싱크 탱크(think tank)가 각 국회의원별로 있어도 이를 활용하려는 ‘의원님의 망상(妄想)과 야망(野望)’에 가로막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앞에서 근엄하고 거룩하게 행동하는 의원님이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만 들어가면 망상의 본색이 들어나 폭언과 신경질과 화풀이가 난무할 때, 여론조사를 왜곡시키고 싶은 욕구가 싱크 탱크의 리더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눈치 보기를 조금이라도 예방하기 위해 세종시 문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책개발과 시행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이미 오래 전부터 행정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시뮬레이션의 좋은 예는 비행기, 특히 대형 여객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에서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 나라 비행장에서 직접 이·착륙 하는 훈련은 상식적으로도 그 위험부담 때문에 안 된다. 이것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건물 안에 만들어 놓은 비행기 조종석에서 실제 각 나라 공항과 똑같은 상황을 놓고 이·착륙을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파리의 국제공항에 바람이 심하게 불고 활주로에 비가 내린 상황에 이·착륙하는 연습을 실제와 똑같이 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조종사의 실력 판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이런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이다. 소위 벤처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을 동원하여 망상과 야망의 혼동에 나라 살림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의원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객관적인 방법으로 세종시 건설부터 통일된 뒤의 살림 운영까지 모든 요소들을 입력하여 출력을 해보아야 한다. 이런 일에는 최소한 망상과 야망을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망상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혼자서만 옳다고 믿고 있는 잘 못된 생각이다. 과대망상은 자기가 슈퍼맨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보좌관들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거기 누구 없소? 똑똑한 보좌관.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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