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으로 마지막 황제(부의)까지 내었던 만주족은 중국 국민으로 흡수되어버렸다. 만주어라는 말조차 없어졌다. 지금 우리 할아버지 세대에 통용되던 청(淸)나라 요리라는 ‘청요리’의 말만 우리 대한민국에 남아 있다. 유럽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같은 민족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두 개의 나라와 두 개의 국민으로 남아있다. 오늘도 고생하는 태안만의 원유유출 피해자는 우리 민족이며 김정일 밑에서 탄압 받고 있는 북한주민들도 우리 민족이다.
다만 우리 ‘국민’들만 봉사활동으로 국민애(國民愛)를 발휘하고 있지 북한의 ‘민족’들은 민족애를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조승희가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사고를 냈을 때, 황우석이 줄기세포 연구에서 사기를 쳤을 때 우리는 민족애를 느껴 전 세계에 미안해했다. 또한 플로리다 탈라하시의 FAMU라는 대학에서 40년을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하며 학교가 베풀어주는 퇴임식 비용과 자신의 개인 재산을 학교에 장학기금으로 쾌척하는 자랑스런 이희종 박사도 그가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우리 민족이다. 이런 일 외에도 자랑스런 우리 동포가 피난 시절 구호물자로 끼니를 때우며, 원조물자로 받은 종이로 교과서를 만들어 공부했던 가난에서 벗어나 이제는 민족적 긍지를 한껏 높이는 사람들이 멀리 외국에는 수없이 많다. 다만 정치꾼들이 민족, 민족 하는데 어떤 뜻의 민족인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으로 되새겨야할 시급한 문제가 동남아에서 시집 온 이국 아낙네들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 주민등록증 받고 세금 내면 우리 국민이다. 그래야 우리가 반도의 좁쌀국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헌법 밑에 보호 받고 있으면 모두 우리 국민이다. ‘그 놈의 헌법’이라는 상식 이하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면서도 국민이 아니고 민족으로만 행동하려고 한다. 국민은 국가가 있고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린다. 일제 시대에 우리는 민족은 있었으나 국가가 없어 국민이 아니었다. 따라서 유권자가 아니었다.
유권자 여러분이 꼭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한민국 국민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갖은 ‘유권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당연히 따라가는 것이 교육감 투표이다. 불명예스럽게 끝났던 교육감 선거를 이제는 명예롭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