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지진과 무관한가
원자력발전소 지진과 무관한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1.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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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지진 참사가 잇달아 보도되자 한 동안 울산을 뜨겁게 달궜던 울주군 서생면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설 이야기가 쑥 들어가 버렸다. 연초에 대통령이 직접 40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출물량을 수주해 오고 이어 고리 원전 3, 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하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원자력 신화(神話)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하필이면 양산 단층대가 통과하는 지점에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이 밀집해 있는데다 최근까지 울산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었기 때문에 지진 공포가 원자력 수출을 압도하면서 생긴 일이다.

포항, 경주, 울산, 양산을 잇는 양산단층대는 이 지역이 한반도에서 떨어져나와 동해 바다 밑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졌을 때 야산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한반도 동남해안 지역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그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산 단층대에 인접해 있는 지역들은 오래전부터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혜공왕 15년인 서기 779년에 경주에 지진이 발생해 100여 명이 희생됐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반월성 안에 있던 궁궐 일부와 석빙고가 무너졌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울산과 직접 관련된 대지진은 조선 인조 21년인 1643년 7월24일 발생한 것으로 한반도 지진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지진 강도는 10으로 추정되며 당시 울산은 땅이 갈라져 물이 용솟음쳐 나왔고 그 진동을 서울과 전라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이번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강도가 리히터 규모 7이었으니 당시의 지진 상황을 알만하다.

이런 기록들을 볼 때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이 통과하는 경주, 울산, 양산지역은 한반도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지진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충분한 준비와 대비책을 갖추고 있으면 재앙을 사전에 감지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재앙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못하거나 소홀히 했을 때 발생한다.

지난 1월 4일 새해 첫 출근길에 나선 서울시민들이 폭설로 인해 낭패를 본 것도 서울시의 사전대처가 안일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 전날 밤 11시쯤 다음날 새벽부터 눈이 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최대 적설량을 15cm 정도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11시, 적설량이 25cm를 넘는 바람에 손 쓸 겨를도 없이 재난을 당하고 말았다.

일부 울산지역 원자력 발전소의 내진 설계기준은 1978년 설정된 것으로 한국을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해 발표한 내용이다. 그래서 일부는 대형병원보다 내진 설계수준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 측의 주장이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SK, 이수화학, 에쓰 오일 등 몇몇 대기업만 진도 6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을 뿐 나머지는 진도 5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앞서 서울시의 경우에서도 봤듯이 재난은 상식선을 넘어섰을 때 주로 발생한다. 최근 울산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인근에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도심지역과 석유화학공단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돼 있다. 원전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한국수력원자력 쪽에선 ‘안전에 자신 있다’고 장담하지만 서울시는 어디 자신이 없어서 당했겠는가.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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