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와 정치색
향우회와 정치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1.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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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울산향우회 신년교례회가 진행됐던 지난 15일 저녁 서울 롯데호텔. 단체장과 국회의원 같은 저명인사만 참석하는 줄 알았던 축하시루떡 자르기 행사에 비(非)저명인사 한 분이 있었다. 70대 중반에 접어든 울산 약업계의 원로 김동룡(74 울산약국 대표, 울산약사회 고문, 전 울산약사회 회장) 선생이 그 주인공.
서울 행사 참석이 세 번째라는 김 선생으로서는 그 장면을 포착한 기념사진 한 장을 크게 확대해서 약국 안에 걸어놓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다. ‘시루떡 절단식 동참’의 의미와 향우회에 대한 김 선생의 애정은 그 정도로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이날 행사를 알차게 준비했던 재경향우회의 숨은 일꾼은 박맹우 울산시장과 울산제일중 16회 동기라는 범서읍 구영리 출신 이상탁 사무총장(59겳Ъ섦?교수). 김 선생과 이 총장은 3년 전 어느 술자리에 우연하게 만난 인연이 양아버지-양아들 관계로 발전한 각별한 사이였다. 수석부회장 하던 이 교수가 사무총장 맡은 것도, 평범한 남자(凡男)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김 선생이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배경 덕분이었다.
“내년 행사 때는 안 시켜 주어도 내가 단상에 올라가서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김 선생은 하고 싶은 말이 한약 몇 사발 분량은 되는 모양이었다. 이 교수가 사무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도맡아 진행한 작년 신년교례회 때 일어났던 해프닝이 손수 마이크를 잡고 싶은 충동을 일게 했을 법도 하다.
‘해프닝’이란 국회의원 축사 순서가 맨 끝자리가 된 한 정치인이 사회자의 축사 제의를 거부한 일이라고 했다. 김 선생은 금년 행사에서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2명만 참석했고, 참석 의원도 단상인사만으로 축사를 대신한 일도 다 그런 연유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하고 풀이했다.
“고향사람들끼리 오래간만에 만나서 고향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는 게 향우회 행사 아닙니까? 그런 자리가 정치하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자리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 축사가 끝나고 나면 향우회 행사도 흐지부지 파장 분위기가 돼 버리는 그런 행사, 구태여 할 필요 있습니까?”
작년에는 울산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아무개를 대통령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김 선생은 차라리 문화원장을 비롯해 고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하고 문화행사도 곁들인다면 향우회가 한층 더 빛나고 속도 여물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 면에서 이 총장이 정치인 축사를 후순위로 돌린 것하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것은 잘한 일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작년부터 고향의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한 것도, 올해 울산 장생포가 고향인 가수 윤수일을 부회장 시키면서 행사장 무대에 오르게 한 것도 다 이 교수가 사무총장 맡은 뒤로 생긴 일들이죠.”
집안 오라버니 덕분에 이상탁 사무총장과 오누이 관계를 맺은 이후 자주 전화로 살아가는 이야기 나눈다는 김동룡 선생의 친척여동생 이지영 약사의 오라버니 자랑이었다.
‘정치하기 원하면 재경향우회에 얼굴 내밀어라.’ 한때 재경울산향우회 신년교례회는 정치지망생들의 눈도장 찍기 경연장 같았다는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회장단 가운데는 정치적 영향력이 대단한 거물급 출향인사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통(?)은 올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지방선거를 향한 발걸음이 더욱 바빠진 각급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며 예비후보들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는 또 다른 요인이 정치색을 둘러싼 뒷말을 무성하게 했다. 울산을 연고로 하는 정부나 정당의 고위층이 향우회를 정책 홍보나 도움 청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색보다는 고향색깔!’향우회 사정에 새삼 눈길 돌리기 시작한 36년 약국지기 凡男 김동룡 선생의 소망은 그저 소망만으로 그칠 것인지? 며칠 후면 친아들보다 더 가까운 양아들을 만난다는 김 선생의 관심은 요즘 향우들의 지혜로운 선택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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