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탁주 공동제조장]지역 점유율 95%… 전통주 ‘부활’
[울산탁주 공동제조장]지역 점유율 95%… 전통주 ‘부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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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자동화 하루 3만개까지 생산 전년 매출 48억원 … 올해 목표 55억원
▲ 울산탁주 공동제조장에서 태화루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 정동석 기자
낙숫물이 마당을 쪼는 장마철이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탁배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농촌 들녘이나 선술집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막걸리는 그야말로 서민의 ‘국주’였다. 각 마을 단위 양조장에서 생산돼 지역민의 애환을 달래줬던 탓에 지역의 정서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대의 양조장을 계승해 2대의 주주들이 울산 막걸리의 명맥을 계승해가고 있는 ‘울산탁주공동제조장’(대표이사 김홍수)이 서민들의 문화유산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태화루’는 농번기 농촌의 시름을 풀어주고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고단한 노동자들의 목을 축여주며 지난 40년간 지역 역사와 함께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양주 등 외래주의 공세에 따라 애주가들이 막걸리를 외면했던 세월에도 묵묵히, 그러나 치열하게 술의 질을 높이고 설비 개선, 산업화기술 개발을 이어오는 등 전통주의 부활과 복권에도 앞장서왔다.

고품질주의로 전통주를 굳건히 지켜낸 ‘울산탁주공동제조장’은 막걸리의 진화를 위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 막걸리 영욕 역사 산증= 북구 효문동에 자리한 울산탁주공동제조장의 역사는 지난 1969년 12개의 지역 양조장이 합동운영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대표 막걸리 ‘태화루’가 탄생한 시점이자 당시 재래식 양조장보다 위생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높인 울산막걸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계기이기도 했다.

이후 황금기가 지나고 지난 1990년대 하반기 이후 시작된 외래주의 공세로 인해 상당폭 매출하락을 감내해야 했지만 특유의 저력으로 전통주의 입지를 지켜냈다. 또한 전국적 품질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정부가 시·군 단위로 탁주공급을 제한하던 주세법 조항을 폐지한 이후에도 지역점유율 95%를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참살이(웰빙)에 관심이 많은 애주가들까지 다시 불러 모으고 있는 이곳은 지난해 매출 48억원을 올렸으며 올해 목표 55억원도 무난한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 울산시 북구 효문동에 자리한 울산탁주공동제조장. / 정동석 기자

△ 주조공정 첨단과학화 =‘영욕’의 세월 속에서 울산막걸리를 지켜내고 다시 매출을 늘려갈 수 있는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일본 등에서 들여와 한발 앞서 자체 구축하기 시작한 첨단 자동화시스템이다.

1994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자동 제국시스템을 비롯해 현재 주조 과정 가운데 90%가 자동화, 기계화됐다. 도정된 쌀은 증기에 의해 고두밥이 되고 이는 종국(미생물)과 함께 자동 제국기에 들어가 효모를 배양시킨다. 이후 사입실 탱크로 투입돼 3단계의 발효과정을 거치고 술을 거르는 제성단계에 이른다. 일련의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최적의 수분 온도 영양을 조절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제조된 막걸리는 포장실로 옮겨진다. 병속 이물질 검사, 막걸리 및 밥 알갱이 투입, 외부세척, 박스살균 및 포장까지 마치면 기다리고 있는 배송트럭 앞에 이르게 된다.

전체 공정에 걸친 자동화라인을 통해 1일 생산되고 있는 술의 양은 자그마치 750ml 용량의 막걸리 1만~1만5천개에 이르며 최대 3만개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이 설비는 대전 대구 등 지역 제조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 고품질주의로 차별화 = 질 높은 원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실험실을 통해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이어가는 ‘고품질중심주의’도 이곳의 저력이다.

엄선된 쌀, 제대로 만든 누룩, 첨단 정수시설을 통해 한번 더 처리된 천연암반 지하수 등은 최상의 태화루 쌀동동주 맛을 탄생시키고, 실험실에서는 테스트와 분석 등을 통해 주질의 개선까지 거듭해가고 있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출고된 태화루 쌀동동주는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떫은맛 등 5가지 맛의 조화 속에 살아있는 막걸리 본연의 감칠맛과 특유의 청량감으로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한 미세한 찌꺼기까지 걸러내는 차별화된 제성과정 도입은 침전물이 발생시키는 뻑뻑함과 군내를 없애고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를 텁텁함이 아닌 시원함과 신선함으로 변화시켰다.

가슴이 뚫리는 듯 통쾌한 기운으로 막걸리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불식시킨 울산탁주공동제조장은 또 한차례 품질 업그레이드를 위해 생산환경 변화를 선언했다. 공단일색인 울산지역에서 찾기 쉽지 않은 자연녹지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고집스럽게 부지확보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

막걸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온 울산탁주공동제조장은 업계의 나침반이 되고 전통주 부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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