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며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며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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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불러서 나쁠 것이 없다. 이 말을 쓰면서 여러 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말을 조심하라는 평범하지만 커다란 교훈을 남기고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서 그래도 대통령이었는데 약속하나를 지켰다고 인정해주어야 언론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되던 검사와의 투명한 토론장에서 ‘막 가자는 것입니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되었다. 진정 과거 대통령의 권위주의(權威主義)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물꼬이었다. ‘막 간다’는 말은 어른도 선배도 없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희망도 없는 범죄자들, 패륜아들이 보이는 행동과 말투를 일컫는다. 막된 인생에는 막다른 골목에서 막장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막말을 해대는 것밖에 없다. 이런 뜻이 함축된 ‘막 가자’는 말을 대통령이 했으니 거기에는 연설조의 권위주의는 눈 씻고 찾을 내야 찾을 수 없었다.

노대통령의 첫 번째 긍정적 평가는 이렇게 시작된 권위주의 타파이었다. 뜨거운 여름에도 속대(束帶)해야만 하는 예복의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권위주의와 형식에 메이는 조선시대의 형식주의는 일맥상통한다. 권위주의, 형식주의를 없앴다고 해서 실용주의 철학에 따른 정책개발과 실행을 병행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 부산상고 졸업생이 대통령이 됨으로 해서 과거의 우리나라 애국지도자의 반열에 끼이려면 있어야 할 경력, 어떤 투쟁경력(독립운동, 양반 가문, 외국박사 학력 등등) 없이도, 즉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수평적 인간관’을 보여주었다. 수평적 인간관은 민주주의의 한 축이다.

두 번째 긍정적 평가는 돈 안 드는 선거풍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여당으로서 돈으로 해결하는 꾀를 부릴 수도 있었겠지만, 당당하게 청와대를 걸어 나가 고향으로 가겠다는 약속을 위해 유혹을 잘 참았다는 점, 선거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해주어야 한다. 끝으로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퍼주기를 했어도 기반은 다져놓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미진했던 점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한 최소단위가 남북한을 합한 8천만명이어야 하는 최소단위’의 이해 촉구였다. 한 예로, 전문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물이 출판되어야 하고 출판된 연구물이 국내 대학의 각도서관에 납품되어도 1천개의 대학에 1천권이 되어야 출판사가 적자를 보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하물며 다른 분야야 더 말할 나위 없겠다. 다 지난 일들이면서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며 아쉬운 점이 있어 밝혀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 이제 골프도 치고 등산도 많이 하고 서민들과 섞여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다만 역대 대통령 친목 모임을 주선하고 봉사 활동에 전념하여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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