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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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1970년대 베스트셀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 조세희씨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우리나라 1년간 해외여행 비용이 100억 달러라고 하는데 이는 ‘난쏘공’이 나온 직후 박정희 시대에 한해 총수출액과 같은 수치이다. 나는 850만 비정규직 근로자, 350만 농민들의 문제가 발목을 잡아 해외여행도 않고, 골프도 치지 않으며, 부자동네에도 살지 못한다. 그들 1천200만명은 이 땅에서 가장 돈이 필요한 가장들이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시위사태는 이들이 희망을 잃고 얼마나 슬프게 사는지 보여준다. 세상은 3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가계수지 동향’ 자료를 보면, 전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5.44로 2006년의 5.38보다 더 높아졌다. 이는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보다 5.44배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충격에 따라 1999년 5.49를 기록한 것 말고는 1963년부터 통계를 낸 이래 가장 높은 수치란다.

사회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할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정책에 대한 노력이나 의지에 대한 평가는 사회복지예산 총액에 대한 규모보다는 순수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재원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의 예산비율로 분석되어야 마땅하다.

최근에 한국장애인총연맹이 발표한 ‘지역장애인 복지수준 비교연구’에 의하면, 장애인복지는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장애인복지수준이 더욱 열악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이상인 지역에서 서울만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울산,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광역시지역은 모두 장애인복지수준이 평균이하인 하위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복지수준이 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충남이 0.73으로 2위, 광주(0.57) 9위, 그리고 울산과 전남이 0.51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볼 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분야별 복지수준, 지자체간 복지수준이 재정자립도가 아닌 지자체장의 복지 노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분권 이후 이제 지역의 복지문제는 지역주민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무작정 중앙정부에만 기대거나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과 예산을 확보하여 진행해야 한다.

진정으로 복지정책이 우선순위가 된다면 얼마든지 타 지역 못지않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양극화 해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야만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떠올리지 않고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금주·참여자치21 운영위원 (엠마우스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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