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나라당 공천경쟁
막오른 한나라당 공천경쟁
  • 윤경태 기자
  • 승인 2008.02.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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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없는 사람 없고 백 없는 사람 없다.’

공천을 앞둔 정치판이 꼭 이 모양새다. 울산지역에서 한나라당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된 정치인들과 현역의원들만 줄잡아 20여명에 달하고 있어 선거구별 3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 지역 후보로 나선 인사들의 입을 빌려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또는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부터 실세 정치인들의 추천을 받지 않은 인사가 없고 공천 약속을 받지 않은 인사가 없을 정도다. 그나마 이도저도 아닌 인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지금에서라도 줄을 잡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가 공천을 받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현역의원 대폭 물갈이설이 횡횡하고 있는 가운데 20일부터 영남권에 대한 공천작업이 착수되는 시점인 만큼 저마다 공천을 받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내세우기에 급급한 행태이다.

현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안강민 위원장을 중심으로 친 이명박 당선인계로 4명의 의원들이, 친 박근혜 전 대표계로는 2명의 인사가 포함됐다. 나머지 5명은 중립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예비후보들은 중앙당 차원에서의 지원을 부각시키는 양상을 만들면서 마치 공천이 확정된 것처럼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각 예비후보마다 공을 내세워 공천이 확실하다고 하니 영향력에서 밀리는 정치인들은 눈치를 보아가며 출마할 지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비아냥도 간헐적으로 들리고 있다.

누구든 울산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예비후보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저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국민 앞에 군림하겠다는 발상의 시작이며 오만의 극치이다.

‘줄과 백’, ‘계파정치’로 또는 나눠 먹기식으로 한나라당 공천이 이뤄진다면 이들이 과연 지역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선을 위해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과 공천을 받기 위해 이 지역 저 지역 기웃거리는 정치인과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이명박 당선인을 선택했을 것이다. 당선인 측에서는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주민들이 이들에게 선뜻 표를 던져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덕성 등 대통령의 자격요건을 뒤로 미루고 국민들은 시대정신으로 당선인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인 측이나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은 국민을 위하는 본연의 자세로 변화된 정치행태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펼쳐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오만의 극치라는 멍에를 쓰지 않도록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 정치판에 입성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줄과 백, 계파를 이유로 공천이 이뤄지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이 당선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공천심사위의 안 위원장이 “공정한 심사로 계파를 초월한 우수한 인재를 공천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투명하고 깔끔한 공천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공천심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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