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공간 문화방으로 꽃피우다
고객공간 문화방으로 꽃피우다
  • 김정주 기자
  • 승인 2009.12.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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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울산우체국 이영필 금융실장 / 손님 드나들던 공간 전시장 꾸며 ‘문화사랑방’ 탈바꿈
고객의 공간을 문화 사랑방으로 변모시킨 큐레이터가 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산하 남울산우체국(국장 탁봉한)의 이영필 금융실장(38)이 그 주인공.

이 실장이 문화마인드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부터. 평소에는 고객들이 드나드는 공간을 전시장으로 꾸몄다. 그림전시회, 시화전, 시(詩)사진전에다 서예전과 가훈 써주기 같은 문화행사를 다달이 이어 갔다.

“사진과 운문이 한데 어우러진 시(詩)사진전시회에서는 홍양원씨 같은 사진작가들이 건네준 흑백 작품사진을 바탕으로 신춘희(경상일보 논설실장)씨 등 시조동인 ‘운문시대’ 회원들이 손수 쓴 시들을 곁들인 작품들을 선보였죠.” 이 실장의 문화적 감각은 우연도 억지도 아니다. 그녀의 울산문인협회 15년을 비롯한 화려한 문단이력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5년 시조문학 추천에다 자작 시집 ‘목재소 부근’이 있고, 동인시조집에도 다수 출품했다.

지역신문에는 기고문을 여러 차례 올렸다.

문단활동도 돋보여 ‘운문시대’를 비롯해 한국펜문학,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학회 회원으로 바쁘게 발품을 팔고 있다. 1998년 공무원문학회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행정자치부장관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네 차례나 된다.

지난 5월 울산대공원 장미원에서 열린 장미축제 때는 현장에서 시와 사진이 함께 있는 ‘가족이 있어 행복해요’라는 작품집으로 ‘제4회 찾아가는 시조축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족들에도 눈길을 돌렸다. 지난 9월에는 제1회 다문화가족 편지쓰기대회를 열어 우편으로 작품을 받았고, 시상식을 앞두고는 편지 모음집도 펴냈다.

“우리말이 서툴지만 편지를 쓰다보면 그만큼 친숙해지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줄 것 같아 기획했죠. 편지 모음집은 그분들의 글씨체를 그대로 담으려고 했고요. 컴퓨터로 쳐서 보낸 편지글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이에 앞서 지난 8월 13일에는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맺은 협약에 따라 다문화가족 80명을 초청, 우체국의 이모저모와 울산 12경을 보여주고 간절곶 구경도 시켜주었다. 우체국 내 소식지 ‘N-Post 저널’ 29호(2009.9.14)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낯선 이민자들에게 대한민국 우체국의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고 적었다.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배려는 또 하나 있다. 고국으로 ‘국제특급’ 우편물을 보낼 때 요금의 10%를 할인해 주고 있는 것. 통장 개설 초기에는 1만원씩 예금서비스를 베풀기도….

N-Post 저널은 이 실장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전국 유일의 우체국 내 소식지. 지난 3월 2일 첫 호를 낸 이 6쪽짜리 주간 소식지는 한 주도 거르는 일 없이 벌써 41호를 기록했다. 이 실장은 1호에서 30호까지를 한 권의 모음집으로 묶어 내기도 했다.

“우체국 가족 320명 가운데 집배원 등 외근직원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여러 직원들이 교양을 곁들여 정보를 두루 공유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펴내기 시작했죠.”

고향이 울주군 두동면인 이 실장은 경주여고를 나와 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한때(1995년부터) 온양우체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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