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눈이 영혼처럼 얹혀있는 신성구역
구름과 눈이 영혼처럼 얹혀있는 신성구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2.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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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산 평원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 높고 광활한 평원은 어떤 영혼의 하소연이라도 받아들일수 있을 것처럼 성스럽다. <사진작가 이세호씨 제공>

영남알프스는 거대한 성이다. 가장자리는 가파른 비탈면으로 방어하고 정상에는 평탄지가 펼쳐있다. 마지막 은신처며 피난처다.

그리고 이 성채는 두 개로 나뉜다. 이천(배내)단층이 지나면서 동서로 산악을 갈랐기 때문이다. 동쪽 정상은 신불산 억새밭, 서쪽은 천황산 억새밭이다.

이 일대는 백악기때 한반도에서 일어난 강력한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것으로 연구돼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7개의 산을 거느린다. 높고 거대한 성은 구름에 덮히거나 눈을 이고 있다. 이 성에 들어가는 것은 구름의 세례를 받는 것과 같다. 산악에 펼쳐진 숲은 신성한 구역으로 종교적 박해를 피하거나 전쟁의 화를 피하려는 사람을 숨겨줬다. 산정의 흰 눈빛은 도심의 열기를 식혀주고, 태풍의 계절에는 병풍역을 하기도 한다.

남부지역 가장 높고 넓게 펼쳐진 두께900m 화산암 평탄지

학자의 견해

양산·밀양 지역의 지형경관(황상일. 신재열 경북대학교 지리학과)은 울산의 지형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황상일 박사팀이 영남알프스를 조사한 보고서다.

황 박사팀은 영남알프스의 특징을 고위평탄면과 이들 사이를 지나는 북북동-남남동 주향의 단층선으로 특징지었다. 높은 면과 긴 직선이 만든 특이 지형 90곳을 사진을 겯들여 해설했다.

고위평탄면은 남부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게 남아있어 과거에는 주민들이 이 지형면을 생업의 터전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신불산 정상 억새밭에 있는 단조산성의 성벽.

양산단층선과 이천단층선은 그 선적구조가 뚜렷하며, 이 선을 따라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고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높은 산지, 깊은 하곡, 급한 사면경사로 형성된 단애들과 폭포들이 어우러져 웅장한 경관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은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지역으로 개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 자연경관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나, 최근 조사지역의 남동부에 해당하는 양산시의 도시화가 진전되고, 울산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발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주목했다. 특히 이천단층선을 통과하는 도로를 확장하여 포장하면서 식생과 하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위평탄면도 도로와 목장 등으로 이용되면서 원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천황산, 신불산, 영취산지역은 연중 등산객이 이어지면서 등산로를 중심으로 식생이 파괴되어 토양침식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보고했다.

부산대 지구과학과 김춘식. 윤성효교수와 기초과학지원연구소 정창식박사 등이 참가한 신불산.영취산 일대에 분포하는 백악기 화산암류의 화산층서와 암석학적 연구(1998년 지질학회지 제34권 제2호) 영남알프스의 형성 배경과 시기 등을 살필수 있는 논문이다.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안산암질 용암과 응회암이 형성된 것으로 밝힌다. 그 시기는 안산암 용암속에 있는 칼륨이 아르곤으로 변한 반감기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6천9백만년 전후로 계산했다.

비슷한 시기에 언양화강암등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암질의 미량원소를 분석한 결과를 이용해 지판의 섭입과 관련되어 형성된 호상열도 화산암의 전형적인 특징임을 밝힌다.

화산암의 두께를 900m 가량으로 계산했다.

눈 덮힌 산릉은 도시열 식히고
태풍의 계절에는 병풍 역할

▲ 신불산 동쪽에 난 가파른 암석지대. 공룡의 등뼈처럼 생긴 바위들이 성채를 보호하듯 험준하다.
겨울철 신불산 꼭대기에 쌓인 눈은 도시의 이마에 얹힌 차갑고 흰 수건이다. 아시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는 울산의 열기를 식혀준다.

또 이 눈은 온도계가 달린 물 뿌리게처럼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녹인 물을 내려보낸다.

가지산과 신불산 능선은 가장 일찍 눈이 내려 먼 곳까지 흰 빛을 쏘고, 봄이 오면 가장 늦게 남아 가는 계절의 아쉬움 달래주곤 한다. 그리고 따뜻한 계절이 오면 정수리에 구름이 영혼처럼 얹힌다.

어떨때는 구름이 발아래 골짜기를 은하수처럼 건너기도 한다. 그때 자욱한 물방울에 햇빛이 닿아 무지개를 만드는 황홀한 순간도 볼수 있다.

일정한 주기로 이곳을 찾는 까닭은 자연과 동화하려는 욕구이며, 구름 속을 산책하며 세례를 받으려는 것이다. 땀을 통해 심신을 경건하게 한뒤 가장 높은 곳에서 승화되는 것이다.

영남알프스는 찬란한 노을을 만드는 프리즘 역할도 한다. 능선의 높낮이를 통해 노을을 시시각각 변화시킨다. 멀리서 산정을 바라보면 구름의 흐름과 태양의 고도에 따라 바뀌는 노을은 영혼 조차 물들인다. 특히 가지산 기슭 석남사 3층석탑 앞에 앉아 산 너머로 구름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시간을 잃는다.

또 영남알프스는 도피처며 성소다.

신앙으로 박해받은 사람이나, 전쟁의 참화를 피하려는 사람, 또는 세속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이곳에 은신해 왔다. 전망이 트이고 도피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천주교인을 탄압한 병인박해때 많은 신도들이 이 산속에 들어왔다. 관헌을 피해 20여곳에 간이 예배소(공소)를 짓고 은둔생활을 했다. 간월산 중턱 죽림굴은 한국판 카타콤베로 알려져 천주교 순례지가 됐다. 한국동란때는 사자평에 피난민이 거주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이곳을 신성하게 여겨 신앙의 제단을 쌓았다.

통도사와 표충사 그리고 석남사 지금은 폐사된 간월사가 들어섰다. 그렇지만 이들 사찰도 기슭 아랫단에 겸손하게 조영됐을 뿐이다.

시멘트와 철강이 흔해진 금세기에 들어 정상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풍력발전기와 송전탑을 설치하려고도 한다. 돈을 얼마나 벌어야 산악 주변 5백만 인구의 영혼을 살찌우는 값에 필적할 수 있겠는가!

영남알프스는 울산의 병풍이다. 바람도 막고 풍경이 되기도 한다. 태풍이 불때 효험을 보곤 한다. 특히 서북풍이 불때는 중턱에 쏟거나 우회시킴으로써 집중호우 피해를 줄인다. 어떨때는 집중호우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산체의 동쪽인 언양과 양산 사이는 급한 비탈면이다. 양산단층이 잘랐기 때문이다.

삼성SDI 뒤 금강계곡을 비롯 여러개의 짧고 급한 골짜기를 형성했다. 이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토석은 부채꼴 모양으로 쌓였다가 지금은 여러개가 겹쳐져 복합선상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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