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20억 회사 운영하면서 가불하는 이금식 회장
연매출 120억 회사 운영하면서 가불하는 이금식 회장
  • 이상문 기자
  • 승인 2009.12.02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부금 자동이체로 월급통장 ‘텅텅’
연매출 120억원에 이르는 중견 건설사의 회장이 경리부장을 불러 10만원만 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통장으로 들어온 급여가 자동이체를 통해 거의 빠져나가 용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한진종합건설 이금식 회장(70·사진)의 이야기다.

이 회장의 통장에서는 매달 수십 곳의 기부단체가 자동이체로 기부금을 빼내간다. 통장잔고가 매달 20만원 좌우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이처럼 사회기부와 봉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라이온스클럽 지구총재를 맡고부터다. 이때부터 나눔의 행복을 알게 됐다. 베풀고 나면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얻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나눔의 실천은 전방위로 이뤄졌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든 계층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보냈다. 그리고 2006년 경암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하고 8억원의 초기 자본금을 출자했다. 내년에 2억원을 더 출자해 1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고집하는 장학재단의 운영원칙이 있다. 재단 장학금 전달식 때 수혜자를 절대로 재단사무실로 부르지 않는다. 직접 수혜자를 찾아가서 전달한다. 어려운 이웃은 동사무소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직접 전달한다. 불러서 생색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소신이다.

최근 이 회장은 울산여고의 J양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모를 여의고 고시원에서 동생과 생활하는 J양은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수업을 마치면 아르바이트를 해 동생과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J양의 얘기를 전해들은 이 회장은 눈물을 흘렸다. 두 말 않고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 때 막노동으로 힘겹게 살던 시절을 생각한 것이다. 그 때 풍족한 교육을 해주지 못했던 아들은 현재 한진종합건설의 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3일 울산에서 두 번째로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된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도층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눔 운동에 참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으로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할 경우 개인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선진국과 선진도시로 인정하는 사회적 가치기준은 봉사문화의 정착여부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게 되기를 바라고 또 다른 아너소사이어티가 등장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울산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이 회장은 내년에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그리고 남은 생을 봉사를 통해 아름답게 장식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 이상문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