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기] 큰 지각활동 집중된 울산… 항구·도로·하천 발달해
[풍토기] 큰 지각활동 집중된 울산… 항구·도로·하천 발달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0.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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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을 거쳐가는 단층선이 뚜렷한 위성사진. 배내골을 지나는 이천단층, 언양을 지나는 양산단층, 울산을 지나는 동래단층, 일광을 지나는 일광단층, 그리고 동천강을 이룬 울산단층이 모두 울산을 지나고 있다. 방어진에서 감포쪽으로 뻗은 직선상의 해안선도 단층선일 가능성이 있다.

큰 지각활동 집중된 울산- 항구 도로 하천 발달해

[개요]

숱한 직선은 땅이 깨진 흔적

울산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뚜렷한 단층선이 몰려있다. 위성사진을 보면 한반도 동남쪽에 4개의 두드러진 직선이 존재한다. 주로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 경주쪽으로 난 선이다. 달리는 선이 북북동이다.

울산단층 동래단층 양산단층 이천단층이란 이름이 주어져 있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층선이다.

울산단층이 끝나는 지점에 울산항이 있고, 동래단층 끝에 부산항이 있다. 단층은 작게는 항만과 도로가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고, 크게는 동해가 생겨난 과정을 설명한다.

또 단층은 선상지를 만들어 경작과 취락지를 만들었고 파쇄대는 광물을 배태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양산단층 동쪽에 부산 울산 포항 등 에너지가 매우 큰 도시가 형성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 세 도시는 지질.지형적으로 동일한 운명이다.

▲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작성한 울산 인근 단층선. 무수한 단층선이 울산땅의 복잡성을 대변한다.

[답사기]

고헌산과 천성산은 형제, 지각운동으로 떨어져

경주 건천에서 언양.양산을 거쳐 다대포로 이어진 국도나 고속도를 오가면서 퍼즐게임을할수 있다. 퍼즐 조각은 거대한 산체와 하천이다.

언양 고헌산과 양산 천성산이 닮았는지를 살핀다. 물금 뒷산과 다대포 뒷산이 닮았는지도 살핀다. 이들을 25km쯤 끌어당기면 지형과 지질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과거 붙어있었던 것이 단층운동으로 떼어졌기 때문이다.

그 단층의 이름이 한반도에서도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양산단층이다.

우리나라 동남쪽 지도나 위성사진을 보면 북동~남서 방향의 직선이 여러 가닥 나있다. 그중 가장 뚜렷한 선은 언양~양산으로 연결된 양산단층이다. 더 연장하면 북동쪽으로는 경북 후포에 연결되고 남서쪽으로는 낙동강 하구 다대포로 연결돼 있다. 양쪽의 바다 속으로 단층선은 더 연장돼 있다.

양산단층은 우리나라에서 단층의 선형이 가장 뚜렷해서 이목을 끌어왔다. 양산에서 경북 후포까지 200km에 이르는 대단층이다.

양산단층의 형성모델은 드라마틱하다. 이 단층선 오른쪽 땅덩이가 무려 25km 미끄러져 내린 것으로 조사돼 있다. 쉽게 말해 울산땅이 지금의 경주쯤 있었다는 것이며 다대포 뒷산이 물금면 뒷산과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나는 학자들이 연구한 이 결과를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가닥으로 난 국도나 고속도를 오가며 맞춰보곤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태화강에서 언양쪽 상류는 본래 태화강 지류가 아니다. 태화강 상류는 오히려 경북 건천에서 흘러오는 대천이 된다. 나는 이 결론을 맞춰보려고 건천을 답사해봤는데 태화강 중하류와 닮았다는 점을 실감하지는 못했다. 건천지방을 흐르는 대천에서 태화강 중하류에 전개된 삼각말단면 같은 단애를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 다른 이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양산단층은 동남쪽으로 흐르던 낙동강 하류를 직각으로 꺾어 남쪽방향을 취하도록 만들기도 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 덕에 김해평야란 넓은 충적지가 생겨나기도 했다.

양산단층은 활단층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논란이 커지기도 했지만 아직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울산에는 경주와 울산을 잇는 동천강을 따라 뚜렷한 단층이 있다. 울산단층이라 불린다. 이 단층은 울산과 경주간 통로를 열었고 울산에 천혜의 항만을 갖추게 했다. 비옥한 삼산평야와 같은 충적지도 선사했다.

가장 넓고 깊은 단층선을 만든 양산.울산 단층대에는 하천과 도로가 발달됐고, 선상지는 경작과 취락으로 활용되고 있다.

울산권은 이 단층선을 따라 삶의 터전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울산에는 이밖에 상북에서 원동으로 연결된 이천단층이 있다. 배내골이라고도 불리며 깊고 수량이 풍부한 경관이 만들어졌다.

또 경주 입실에서 척과천을 지나 무거동과 동래를 거쳐 부산 영도로 연결된 동래단층, 남창과 일광 송정으로 연결된 일광단층이 있다. 모두 북북동 방향이다.

특이하게 방어진에서 장기곶까지 북동방향 직선상의 해안선도 일종의 단층선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이처럼 동일한 방향으로 쪼개진 단층선은 동일한 힘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 힘은 동해가 만들어진 과정과 밀접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상에 나 있는 몇 가닥의 선을 통해 동해의 확장이라는 거대한 운동까지 파악되는 것이다. 그런데 동해확장을 이해하려면 다시 인도양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이라는 판구조론까지 관련된다.

요약하면 인도양판이 밀고 올라가면서 동중국판을 밀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본을 포함하는 동해판이 아래로 끌어당겨짐으로써 한반도 동남쪽에 인장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2천만년전이고 현생인류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러나 그 당시 지형과 지질이 변형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달천광산과 같은 특이 광물지대가 존재했고, 부산 울산 포항과 같은 항만과 교통로가 열렸다.

[학자의 견해]

치명적 결과 초래할 활성 논란 여전

‘양산단층의 지형학적 연구’는 경북대 대학원생 우병영씨가 조화룡 박사의 지도를 받아 작성한 흥미로운 논문이다. 1984년에 발표했고 일반인이 읽어도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 논문이 발표 될 때까지 양산단층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1929년 일본인 측량기사에 의해 양산단층 존재가 알려진 뒤 이 단층의 동쪽 땅이 솟구치고 왼쪽이 가라앉았다던가, 또는 그 반대의 견해가 발표되곤 했다.

이 논문은 지형학적으로 분석해 잘 맞아떨어진 설명을 함으로써 그 뒤로 많이 인용되는 가치를 띠게됐다.

선형분석, 지질분포, 하천계통도, 퇴적지형 분류도를 작성해 퍼즐 맞추기를 시도했다. 결론은 동쪽의 땅이 25㎞ 미끄러져 내려왔다는 것이다. 경북 영해만과 경남 김해만은 이 결과로 만들어 진 것으로 판단했다.

‘양산단층대의 고지진학적 연구’는 양산단층의 활성 여부를 따졌다. 결론은 지진위험이 큰 활성이다. 이 논문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 논문에 대해 한국자원연구소가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10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활성단층이란 점을 강조한 경재복 한국교원대학교 지구과학교육학과 교수와 이기화 서울대 지질과학과 교수, 일본 교토대학 지구물리학교실 오카다 아즈마사 교수 등이 참가했다. 1999년 지구물리학회지에 발표됐다.

따라서 양산단층의 활성논란이 가려질 경우 한일 지질연구 교수팀 대 한국자원연구소 가운데 한쪽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국민들은 자원연구소팀의 반론이 맞기를 바라지만, 유사시에는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데 따른 피해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다.

‘양산단층 중앙부의 활단층 지형과 트랜치 조사’는 한일간 여러 학자가 참가한 논문이다. 경북대 조화룡 교수를 비롯 전명순 한국자원연구소 연구원, 도쿄대학 지질연구소 교토대학 지구물리학교실 등 한.일 학자 9명이 참가했다. 이 연구에서는 양산단층 동쪽 땅이 미끄러져 내린 사실에서 한 걸음 나아가 어느 시기에 얼마씩 미끄러졌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1년에 평균 0.05~0.1㎜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층의 활동시기는 4200만년~1400만년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시기는 동해가 만들어지던 시기와 겹친다. 따라서 양산단층은 동해의 확장운동과 긴밀하다고 볼수 있다.

[플러스 알파]

울산땅 역사는 동해 형성과 긴밀

▲ 동해가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맨 위쪽이 1억1천만년전 일본땅이 대륙에 가까이 있었던 모습이고 중간이 4천2백만년전, 맨아래가 1천5백만년전 모습으로 지금과 같다.<김이수 박사의 '동해의 성인모델과 양산단층계의 주향이동 운동'에서 인용>
동해의 형성은 오늘날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의 운명과 관련있는 중요한 지질사건이다. 그 가운데 울산은 이 사건과 특별한 관련이 있다. 울산을 거치는 고속도로를 비롯 울산항과 강동해안의 형성 등이 모두 이 사건과 연관있다.

동해형성은 울산의 장구한 지질역사에서 볼때 비교적 가까운 시점에 놓여있다. 예컨데 울산의 터전을 이루는 퇴적암이 형성된 시기가 1억3천만년 전인데 비해 동해가 만들어 진 시기는 2천만년 전이다.

울산의 퇴적암은 울산 일대가 1억년전 거대한 호수일때 부터 쌓인 것이다. 울산이 호수일때 지금의 동해가 있던 곳은 육지였다.

동해확장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이 육지는 침강하거나 일부는 남쪽으로 이동했는데 그 자리에 동해가 생겼다. 그 시기가 2천만년전에서 1천5백만년전 사이다. 이 시기에 일어난 지질사건을 동해확장이라 한다.

동해가 확장될 때 생겨난 가장 큰 변동이 양산단층을 비롯 양산단층과 평행한 선을 갖는 여러 가닥의 단층이다. 동해의 확장과 동시에 일본을 만든 땅이 아래로 밀려났다. 이 때 한반도 땅의 일부를 끌어당기는 힘이 발생했다. 그 힘이 한반도 지각의 일부를 일본 방향으로 끌어당겨 찢었다고 볼수 있다. 또 그 힘은 울산의 강동 일대를 비롯 한반도 동해안 가장자리에 여러개의 분지를 만들었다. 열어젖힌 분지에 태평양 바닷물이 조금씩 들어와 내만을 만들었다. 그 뒤 점차 깊이 확장돼 지금 같은 평균 수심 2000m인 동해를 형성한 것으로 조사돼 있다.

동해의 형성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동해에 관심이 많은 것은 동해가 매우 깊다는 점이다. 서해는 평균 수심 50m, 남해는 평균 150m인데 동해는 2000m이다. 또 일본 땅덩이가 본래 한반도 동측에 붙어 있다가 부채꼴 모양으로 떠내려갔다는 흥미로운 설 때문이다. 떠내려갔다는 것은 지각의 일부가 유동하는 맨틀 위에서 이동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일본 러시아의 학자들이 동해확장설을 연구할때 마다 언급하는 것이 양산단층이다. 이 단층선은 동해확장을 설명해줄 여러 조건 가운데 육지에 나타난 대표적 지형이기 때문이다.

또 동해가 확장될 때 한반도 동해안에 여러 개의 분지가 생겨났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울산 강동분지이다. 강동분지에는 이때 모래가 쌓인 사암이나 뻘이 쌓인 이암을 볼수 있다.

이 가운데 이암층에는 각종 조개화석을 볼수 있다. 당시 얕고 따뜻한 내만임을 가르킨다. 그리고 이들 암석들은 아직 굳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젊은 지층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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