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앞 바다 기름 유출
정자 앞 바다 기름 유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10.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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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벗 삼아 싱싱한 수산물을 마음껏 드세요’ 지난 8일 울산시 북구 구유동 판지 마을은 ‘판지 수산물 구이 단지’를 개장하면서 마을 곳곳에 이런 현수막을 내 걸었다. 북구는 이 단지를 비롯한 강동 수산물센터 현대화 사업에 9억을 투입했다. 이 개장을 하루 앞 둔 7일 정자 해변은 앞 바다에서 떠 밀려온 시커먼 기름띠로 뒤범벅이 됐다. 현재 정자 해변은 수산물단지를 찾는 관광객 대신 방제작업을 서두르는 해경대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정자 앞 바다 기름 유출 사건을 바라보는 해경과 지역 주민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해경은 “기상은 매우 나쁘지만 자연방제에는 매우 좋은 기상이다.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이다. 반면에 강동 수산물센터 주변 지역민은 개장 초기부터 완전히 영업을 망쳤다며 기름 유출 선박을 철저히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박의 기름 유출로 인한 해양 오염은 이제 그 기름의 종류, 범위와 상관없이 지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오염 범위나 그에 따른 향후 영향 정도가 아니라 당장의 생계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 문제란 이야기다. 또 소형 선박이 사고로 혹은 고의로 바다에 기름을 유출하고 도주했는데 검거되지 않았을 경우 그 모든 방제비용이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혈세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조건들 때문에 해양기름유출 사고를 담당하는 관련기관은 기존의 사건 처리나 단속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오염범위, 기름의 종류, 유출된 기름의 정도로 사고의 경중을 결정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지역 주민의 직, 간접적 피해 정도 그리고 향후의 지속적 영향 정도가 범죄의 경중(輕重)을 가리는 기준이 돼야 한다.

정자 앞 바다에 기름을 무단투기하고 도주한 선박은 소형선박일 것이라고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유출된 양이 작기 때문에 쉽게 방제될 것이라며 애써 문제를 축소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론 대형 선박보다 이런 소형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더 크다. 그리고 그 것이 지역민에게 주는 피해는 보다 직접적이고 잦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출 사건을 단순사고로 예단하거나 가볍게 보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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