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기분”
“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기분”
  • 김정주 기자
  • 승인 2009.10.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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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근로자들의 추석나기
▲ 울산에서 '코리언 드림'을 키우는 중국인 근로자들이 남부교회 옥상에서 '짜요!'를 외치고 있다. / 정동석 기자
     
남부교회서 2박3일 수련회

‘코리언 드림’을 울산에서 키우는 중국인 근로자 23명에게 추석연휴 사흘은 의미가 남달랐다. 수련회 2박3일(2~4일) 내내 이들을 껴안아준 곳은 남구 신정동의 울산남부교회(당회장 김대현 목사).

인천 출신 화교로 중국 하이난도(海南島)에 적을 둔 조영건(50) 목사가 특별강사로 초빙됐다. 중국어가 유창한 조 목사의 누님 조한미(52·울주군 청량면 덕하리) 집사도 특강에 동참했다.

수련회 진행을 맡은 ‘외국인근로자 사역부장’ 강귀일(47) 집사는 객지의 외로움을 덜고 고향의 푸근함도 선사할 따뜻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얼(一 二, 하나 둘)! 이 얼! 이 얼! …”

추석날인 3일 오후, ‘게임과 체육경기’의 첫 순서인 2인3각이 교회 5층 옥상에서 시작됐다. 이들을 돌보는 장로와 집사들도 함께 거들었다.

엿이 놓인 탁자를 한 바퀴 돌아오는 사이 코끝은 금세 하얀 밀가루 범벅이 된다.

“짜요(加油)! 짜요! …”

금속성 함성이 옥상을 넘고 남녀 근로자들의 얼굴은 웃음꽃으로 뒤덮인다. 오전의 ‘성경개론’ 시간에 보이던 진지한 표정도 졸음에 겨운 얼굴도 어느새 열띤 응원의 블랙홀에 빨려든다. 한 계단 더 내려간 체육실의 탁구시합은 또 다른 절정을 선물했다.

이들은 실로 오랜만에 고향의 맛도 만끽했다. 점심 식탁에는 월병(月餠)과 닭고기, ‘요리박사’ 조 목사의 손길이 닿은 야챗국에다 그립던 향채(香菜, 샹차이)까지 선을 보였다. 경기 직후 이어진 ‘중국음식 만들기’는 참가자 모두에게 환희였다.

“여러분들께서 가족처럼 대해 주셔서 정말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조한미 집사는 누님, 강귀일 집사는 형님, 송영희(71) 권사는 어머니 같았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울산에서 배관공 일을 하는 중국인 근로자 송진우(가명·40·허베이 출신)가 감격을 감추지 못한다.

남부교회에 나오는 중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30, 40대. 남성은 기업체(공장)나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여성은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 뒷바라지하지만 열심히 새 삶을 개척해 나가는 데는 누구 하나 예외가 없다.

/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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