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울산 미성년자 살해사건
안타까운 울산 미성년자 살해사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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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인명경시 풍조가 극단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도저히 있어 선 안 될 일이 울산에서 벌어졌다.

부모가 자식을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워 훼손 했다면 이 세상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전 처 자식에다 “미운 여섯 살” 임을 감안해 백번 양보 한다 해도 어린 철부지가 죽임을 당할 만한 원죄를 짓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 져 경찰이 공개 수사해 오던 우모(6)군은 결국 계모가 살해해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경찰이 사건 전모를 발표 하면서 밝힌 범인의 범행 동기도 기가 찬다. “평소 고집이 세고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란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자식을 죽인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자식이 몇 명 있겠는가. 피의자는 “뺨을 몇 차례 때렸는데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고 했지만 구토할 정도면 뺨만 맞은 게 아님은 쉬 짐작이 간다. “머리와 등을 마구 때린” 뒤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우군이 숨져 있었다고도 했다. 어린 것이 얼마나 맞았길 래 죽음에 이르렀을까를 생각하면 인간의 잔혹성에 경악 할 뿐이다. 게다가 우군이 실종된 직후 아이를 찾는 전단지를 범인이 직접 배포하고 다녔다니 인면수심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사건은 인명경시 풍조가 극단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재산을 노려 노부모를 해친 패륜아도 있었고 보험금을 타 내기 위해 정부를 시켜 남편을 살해한 독부도 있었다. 하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어린 아이를 살해 해 시체를 유기한 이번 경우는 그 이상 가는 범죄행위 일 수밖에 없다.

목숨을 업신여기는 이런 풍조의 저변에는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0년대, 90년 초까지 우리 사회에 형성돼 있던 중산층은 지금 거의 사라지고 없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은 정점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부가 명예와 여유 그리고 권한을 보장하는 가변 수단으로 자리 매김 한 지 오래됐다. 웬만한 제도 변화나 개혁 없인 뒤집기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마저 대두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급작스런 계층, 신분 상승을 꾀하는 사람들은 한탕주의를 지향하기 마련이다. 또 이 흐름에 편승한 것이 인명경시 풍조이고 작금의 사건들을 발생케 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이런 세태 속에서 성장한 지금의 20, 30대는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편리, 불편 여부만 가지고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세대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서른 살의 주부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금주의는 본질적으로 지나친 개인주의 내지 자기 위주 사고와 통한다.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단위는 합리성과 효율성이 담보되는 반면에 배타적이고 이기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

사회적 유대와 질서 보다 자신의 필요를 우선시 하는 사고가 한국을 OECD 국가 중 이혼 증가율 1위에 올려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고 이상에 맞는 배우자를 찾는 서구의 합리적 사고는 가족 단위를 해체하고 구성원에게 고통을 가하는 함정도 수반한다. 전처의 자식이여서 홀대하고 전 남편의 소생이기 때문에 학대하는 가정문제도 결국 자기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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