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현대차 노조집행부가 가야 할 길
차기 현대차 노조집행부가 가야 할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9.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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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동조합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현대차 노조 지부장 선거에서 중도·실리 파(派)출신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자는 여섯 차례 지부장 선거에 나와서 네 번이나 1위를 차지했지만 그 때마다 강성노조원 출신 후보들의 연대에 밀려 결선투표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사람이다.

선거 때 마다 “이념이나 투쟁보다 노조원의 실리가 우선이다”고 주장해 ‘어용’으로 몰린 것이 패배의 주원인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실리주의 후보가 지부장에 당선된 것은 그간의 노조활동에 대해 현대차 근로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임금· 복지 등 실리보다 정치투쟁에 더 골몰했다. 민노총 내부규정, 지침에 따라 파업 만능주의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뻔히 알면서도 이른바 ‘명분’ 에 얽혀 헤어나지 못하는 우(愚)를 범했다. 대목 명절을 앞두고 현대차의 노사 협상타결을 기대했던 지역민과 근로자 가족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노조 집행부의 각종 비리 연루도 조합원들로 하여금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단초가 됐다.

지부장 당선자는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 조합원들의 명령은 투쟁보다 안정을, 이념보다 실용과 개혁을 이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주변의 상황은 투쟁이나 이념을 생각할 계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우선이고 가정과 사회의 안정이 먼저다. 일단 기댈 구석이 있어야 투쟁을 하던지 파업을 할 게 아닌가. 이를 느끼고 행동에 옮긴 것이 쌍용차, 한국통신 등의 민노총 탈퇴다.

그러나 새 당선자는 민노총에서 탈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금속노조 산하에 머물면서 내부적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이야기다. 강성노조를 대표하는 민노총의 규약과 이념을 유지하면서 조합의 실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차기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할 일은 민감하고 교묘한 것들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며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도산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자동차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성과를 올렸다. 지난 2분기 중 당기 순 이익이 자그마치 8119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벌써부터 노조의 일각에선 이 과실의 분배를 거론하고 있다. 모처럼 일궈낸 성과를 두고 케이크부터 자르려고 하는 중이다.

이를 해결치 못하면 조합원의 이익을 내세워 강성노조가 반발하고 나설 것이다. 이런 투쟁성향들을 조율하며 조합원의 실질적 이익을 위해 파이를 키워가는 재주를 부려야 하는 것이 새 현대차 노조가 할 일이다.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 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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