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 논의 충분히 거친 후 ‘중앙’ 교섭 필요
‘하부’ 논의 충분히 거친 후 ‘중앙’ 교섭 필요
  • 김영호 기자
  • 승인 2008.02.12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해 4월 4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노조로 산별전환을 알리는 혀판을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조합이 갖는 특성인 경제조직으로서의 대중적 활동만을 요구받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민주노총은 1990년 전노협 창립이후 약 10년 이상 한국의 전체 민중운동의 중심에 서서 민중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활동 속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노동현장 역시 여러 가지 분파활동 속에 조직활동체계, 투쟁형태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노동계, 조직 규모에 너무 집착

한국에서 산별노조운동이 갖는 특수성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것이고 이 같은 특수성을 전체 운동의 논리로 일반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자는 한국에 있어서의 산별노조운동은 우리사회 전체를 개선하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영역에서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적 횡포를 막고 최소한의 도덕성과 기본을 지키는 일조차 전체 국민 스스로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며 이러한 실천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대중의 힘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 산별전환이 이뤄진 현재 더 이상 이러한 논리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부작용이 드러나고 관료적인 조직체계를 위해 규모에만 집착했다는 비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산별완성 법부터 바꿔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하부영 본부장은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시기를 2009년 9월로 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는 현재 기업노조와 산별노조의 이원체제를 합치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이지 비정규직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체계를 조직화 하는데는 더 많은 시일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노동법은 근로자들이 조합 구성과 산별노조전환을 자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자체 조합이나 산별노조지부, 산별노조 중앙 등 한 곳을 지정해 교섭을 응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보완이 시급하다. 노동에 관한 법률의 변화가 꼭 필요하지만 새 정부의 친기업적인 제도에서 노동 관련법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결국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이란 만만치 않은 과제에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 지역 특성 고려한 중앙 단일교섭

산별노조운동에서의 그 역할과 임무는 어디까지인가? 답은 없다. 사회가 변화하는 데에 따라 그 역할과 임무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 답 아닌 답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중앙, 지부, 지회 교섭의 3중고를 덜기 위해 중앙이 지부와 지회의 특성을 듣고 교섭에 직접 임함으로써 교섭 비용을 줄이고 산별노조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비정규직 산별의 투자가 가능해 질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상보다 현실 직시

산별노조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료적인 지배구조로 정치권에 도전하며 정부에 큰 목소리를 냄에 따라 노동자들의 권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상을 쫓아가기 전에 산별노조의 내부적인 문제점들의 진단과 치유가 급선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산별의 과도기적 측면인 현실에 충실해 차근차근히 문제점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장기적 과제는 산별적 실천을 계급적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다. 조직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천 속에 전체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이해관계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수는 1천3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중 조직된 노동자는 150여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천150여만 명의 노동자는 미조직된 노동자로서 제도적 보호막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먼저 계급적 요구의 내용은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고 그동안 조직된 노동자들이 쟁취해 왔던 내용을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 새로운 요구로서 사회제도적 요구를 담은 내용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별노조의 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냉정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갈 때 비로소 이 같은 이상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견해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강한 산별과 지역 실정에 맞는 산별이 중요한 만큼 사업장마다의 조직과 지부 조직의 소통, 중앙으로의 요구 등 하부로부터 논의를 거쳐 중앙이 사업장마다 교섭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김영호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