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客氣)를 부리니 기(氣)가 막힌다
객기(客氣)를 부리니 기(氣)가 막힌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1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는 일평생 열등감과 권력욕, 무력감과 자기도취의 열병에 시달려왔다(김상태. 도올 김용옥 비판, p.7). 이런 김용옥이 기철학(氣哲學)을 연구한다고 떠들어 기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쉬운 방법으로 사전을 뒤졌다. 기(氣)라는 개념은 동양철학에서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의 세기(勢氣)라고 한다(국어대사전). 같은 사전에서 세기를 찾아보니 풀이가 나와 있지 않다. 할 수 없이 옥편에서 세(勢)를 찾으니 권세 세(기세 세)이고, 다시 기(氣)를 찾아 가야하는 사전적(辭典的) 순환에 걸려들고 말았다. 하여간 기가 차는 일이 벌어져서 기 풀이를 하려고 한다.

숭례문(崇禮門)이 모두 불타고 말았다. 기가 막힐 일이다. 숨을 내쉬려고 할 때 기관이 멈추어 숨을 내쉬지 못 할 때, 기가 막힌다고 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객기(客氣)를 부려 외국에 나가 있다 부랴부랴 돌아오는 모양이다. 다시 객기란 무엇인가? 객(쓸 데 없는)적게 부리는 혈기란다. 바꿔 말하면 온당치 못한 일에 힘을 쏟는 것이다. 나라 안에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몇 년 전에 귀중한 문화재들이 불에 타 없어졌기 때문에 미리 대비했어야 할 일도 많은데, 객기를 부려 외국에 나가 있었다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

며칠 전 교육부총리가 책임을 졌는지, 항명을 했는지 사표를 내고 대통령이 즉각 수리해버린 일이 있었다. 이것 역시 기가 막히는 일이다. 대통령이 몽니를 부렸다기보다는 객기를 부렸다고 본다. 이제 십 여일 남은 대통령의 권한과 함께 책임을 끝까지 지키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기가 살아있는 대통령이 된다. 사표 수리는 그렇게 빨리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즉, 정기(正氣)는 없고 객기만 남았다.

경남 봉하 마을의 생가 건설 현장을 그렇게 자주 시찰하며 골프까지 쳤다는데 국보 1호가 불타고 있는 상황에 청와대가 얼마나 멀리 있다고 못 본 척 했을까? 국보 1호가 상징적인 건축물이면, 대통령은 상징적인 나라 살림의 최종 책임자이다. 정말 기가 막힌다. 누구의 말대로 가방 끈이 짧아서 국보도 몰라보는 것인가?

말이 나왔으니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기(氣)풀이를 한다. 기가 제일 적게 들어가는 음식은 정거장, 터미널의 간이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이다. 다시 볼 일 없는 손님이니까 음식에 기가 없다.

다음이 직장 근처의 단골 집 음식이다. 얼굴을 알고 있으니 반가운 마음이 조금 들어가며 기가 조금 들어간다. 단골집 보다 조금 더 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하숙집 밥이다. 조금이라도 더 정성이 들어가야 다른 하숙집으로 옮겨가지 않고 내 집에 머무를 테니 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부인이 남편을 위해 음식을 장만할 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 기가 듬뿍 들어간다. 이것도 부인의 생일날, 외식을 챙겨주는 남편한테만 해당된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도시락을 싸줄 때, 아마 기가 제일 많이 들어갈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의 도사들이 몇 백 년을 살았다고 하니 자기가 먹을 음식을 자기가 챙겨 먹었을 도사의 음식에는 알 수 없을 만큼의 기가 들었을 것 같다. 독신자들이 살아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올 김용옥이 북한에 가서 선비가 아닌 풍각쟁이 노릇을 하며 먹었을 음식은 기똥찼을 것이다. 대통령의 배려가 쬐끔은 들어갔을 것이다. 그의 열등감, 권력욕, 무력감 자기도취가 거시기하고 너무 닮아서 기를 끌어다 숭례문의 살(煞)풀이를 했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