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의 가치
오천원의 가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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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군 생일면 생일도에 사는 한 할머니의 오천원이 젊은 음악가의 마음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생일도의 어린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서 배를 타고 직접 그곳으로 공연을 하러 갔던 ‘송소나무’, 그는“예술가가 되기는 매우 어렵지만 줄리아드 음대는 예술가란 단어에 겁내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미국 줄리아드(Juilliard School)음대를 나왔다.

음대에 들어가게 된 것은 누나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누나는 줄리아드에 입학하기 위해 피아노로 세 번이나 시험을 보았지만 낙방했고, 낡은 플루트(Flute)와 CD로 공부한 송소나무는 당당히 줄리아드 입학의 영광을 차지하였던 것이다. “CD가 좋은 것은 무제한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고, 안 되는 부분을 다시 들을 수 있어 그만큼 좋은 과외지도는 없었다.”고 회상하는 부분은 예능을 전공하려면 개인지도는 필수조건으로 알고 있는 어머니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이른바 ‘SKY등 명문대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에게 입시상담을 해준다는 ‘아줌마튜터’까지 찾는 국내의 현실과 비교가 된다. 송소나무는 시험을 치러 가면서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금 플루트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낡은 악기지만 열성으로 실기시험에서 연주하는 모습에 교수들은 연주를 도중에 끊지 않았고 다 듣고 나서 악기를 보자고해서 보여주었다. 그러고 1주일 후 어머니는 장학생으로 유명음대에 합격한 아들이 대견스러워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단다.

송소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갔을 때의 형편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곤궁했다. 방 2칸에 11명이 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LA에 있는 멕시코이주민 수준이었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의 실수로 나이보다 상급반에 들어가 심하게 따돌림을 받았는데 그 당시 반에 동양인이라고는 둘 밖에 없었다.

한번은 친구인 월(wall : 사람이 아닌 벽)에 튕겨 숲으로 들어간 공을 꺼내려다가 옻(피부질환)이 올랐지만 120달러가 없어 주사를 맞지 못한 채 1주일을 참았는데 그래도 나아지지가 않아서 어머니가 거금을 들여서 주사를 맞고 바로 나았다.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를 마치고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가 되어 국내에서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그런데 휘슬로 가능한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음악을 플루트로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직접 휘슬연주를 배우려고 아일랜드까지 가서 휘슬연주를 익히고 직접 월튼사에서 만든 휘슬로 연주를 했을 때 이 회사 사장이 듣고 감동해서 ‘솔나무’라는 이름의 휘슬을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상품에 붙여서 판매까지 하게 했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휘슬은 다른 제품과 다르게 음정조절이 가능하도록 일반 제품보다 통이 좀 굵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란다.

청년 음악가 송소나무가 서두에서 언급한 생일도에서 연주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나이가 80쯤 된 할머니가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어 펴보니 오천원권 지폐 한 장이더란다. 그래서 할머니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더니 “어떻게 내 평생 처음 이런 아름답고 훌륭한 연주를 들었는데 그냥갈 수 없지”하시는 그 말씀이 젊은 연주자 송소나무의 삶에 중요한 일깨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으로 하여 지금은 전 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희망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하는 송소나무, 이 같은 사람이 내 나라에 있으므로 희망도 보인다.

오늘이 어두운 것은 내일 반짝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가 삶을 고민하면서 이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혼자서 붙들어 잡고 절망하면서 괴로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상과 눈앞의 현실을 놓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쫓아가려는 욕심을 버리고 생일도 할머니가 건네준 오천원의 가치로 희망을 선사하는 연주자처럼 살수는 없을까. 약간은 부족한 듯해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은 언제나 보람과 웃음의 가치를 알고 살아갈 것이다.

저널리스트 권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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